가족, 여성, 분단. 이 세 가지 화두를 공통의 제재(중심된 이야깃거리)로 되짚어 볼만한 한국의 문학 작품들이 각각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문학과 지성사가 최근 펴낸 <제재문학선 1,2,3>이 바로 그것. 이 문학선집은 기존 전집에서 추려내는 관습에서 벗어나 문예잡지와 작가들의 작품집 속에 숨어있던 재미있는 소설들을 다양하게 엮어낸 것이 특색이다. 한가지 화두 속에 녹여진 다양한 색깔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으며 각 작품 뒤에는 ‘생각할 문제’와 해설이 마련돼 있어 스스로 읽는 힘을 기르는 것은 물론 문학 읽기의 재미와 감동까지 맛볼 수 있게 했다. 문학에 대한 폭넓은 시야와 한국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중·고등학생들도 편안하게 읽기 좋을 듯.

001 (가족) 네 거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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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가족이라는 고향’ ‘가족이라는 사회’‘역사 속의 가족’이라는 소주제로 묶어‘가족’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들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또 달리 해석되고 있는 가족의 의미와 현실을 비춰주며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모성적 공간, 대안적 공간으로서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박완서의 ‘환각의 나비’등 여럿 작품들은 기존의 가족질서에 대한 치열한 반문과 현대사회 가족의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며 ‘스위트 홈’ 신화에 도전하기도 한다. 주요섭, 이범선, 윤흥길, 이태준, 최서해 등의 작가들이 저마다 다른 색깔로 ‘가족’, 그리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002 (여성) 여성, 남성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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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김동리, 황순원이 당대 여성들의 질곡의 삶의 모습과 운명을 그려냈다면 나혜석, 김남천은 여성인물을 통해 새로운 여성의식의 태동을 예고한다. 또 오정희는 여성 의식과 관습 사이 갈등하는 여성들의 실존적 딜레마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서영은, 차현숙 등 90년대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여성작가들의 섬세한 시선은 여성들의 억압과 인고에서 나아가 정체성과 탈출을 시도하는 몸부림을 시사한다. 각각의 작가가 그려내는 당대 여성의 모습과 사회 억압에 대한 여성들의 자각과 대응에 천착해 읽어보면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003 (분단) 휴전선의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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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렷이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분단문학이란 민족 최대의 아픔이며 과제로 남은 분단을 제재로 삼은 문학을 일컫는다. 분단 문학은 분단으로 빚어진 민족의 갈등 원인을 추적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분단이라는 벽’‘분단의 깊은 상처’‘분단 극복을 위하여’라는 제목 아래 묶인 아홉 편의 단편소설들은 바로 그 고민과 진단 그리고 해결책을 담은 글들이다. 자칫 거대담론에 눌려 ‘분단’과 ‘통일’을 거리가 먼 문제로 치부해왔다면 이창동, 김원일, 송원희 등 다양한 작가들이 보여주는 소설적 인물의 치열한 고민과 상황으로 들어가 보자. 분단을 잊지 않으면서, 넘어서야 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문이 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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