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가을은 특별하다.
똑같은 것도 달라 보이게 하는 힘,
잊혀졌던 나를 마주 볼 수 있게 하는 힘.
가을은 그런 신비함을 가졌다.
-앙드레 가뇽의 앨범 <가을의 꿈> 中에서
~17-1.jpg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참으로 처참했다. 그래서 올 가을은 더욱 쓸쓸하기만 하다. 그래도 하늘은 한없이 높아만 가고 아침 저녁으로 바람은 선득선득하기만 하다. 어느새 가을은 어김없이 우리 앞에 기적처럼 다가온 것이다. 피아노 선율만큼 가을을 닮은 것도 없다. 올 가을 음악계는 참으로 풍성하다. 유키 구라모토를 비롯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9월을 기점으로 내한공연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선사하는 선율에 맞춰 차분한 가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내한 공연에 나선 월드스타들
오는 11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인 컨템퍼러리 재즈 밴드 포플레이(Fourplay)의 새 음반
피아노와 기타가 본격적인, 그러나 전혀 부담 없는 즉흥연주를 펼친다. 동명 타이틀곡인
국내 음반 판매 100만장 기록을 앞두고 있는 유키 구라모토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만큼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부산 등 순회공연(문의 1588-1555)을 앞두고 있는 그의 최근 음반은 7집 <여행의 나날들>. 꾸밈없이 명료하고 투명하게 울리는 피아노 선율은 그가 세계 각지를 여행한 감흥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첫 번째 트랙
한국에 머물렀을 때 작곡한
클래식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첫 크로스오버 넘버를 발표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의 새 앨범 <프로포즈>는 조용히 가을을 명상하고픈 이에게 권한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테오도라키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등 선율미 있는 성악곡 위주로 선곡했다. 백미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아리아인 <울게 하소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떨리는 음색이나 신영옥의 고혹적인 목소리를 기억하는 이라면 흡족해할 만한 연주다. 미끄러지듯 우는 바이올린의 음색이 가을 낙엽 분위기와 닮았다. 김씨의 바이올린 독주회는 오는 2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문의 02-720-6633)에서 열린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 안너 빌스마와 그가 이끄는 세계 최고의 고음악 전문 체임버 앙상블 라르키부델리의 내한공연(문의 02-599-5743)을 앞두고 안너 빌스마의 연주를 다시 들어보는 것도 별미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다닐 샤프란의 연주 앨범이 기품있는 울림이 특징이라면 빌스마의 바하는 단아하다.
지난 2000년 가을 안정감와 유머스런 무대 매너를 함께 보여줬던 내한 공연을 기억하는 매니아들이 아직도 많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드물게 원전악기와 현대 악기를 두루 잘 다루는 연주자인 빌스마가 1992년 발표한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 전곡 음반은 그해 프랑스 <르 몽드 드 라 뮈지크(음악세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최고음반상 등 유럽의 권위있는 음반상을 3개나 휩쓴 명반이다.
~17-2.jpg
~17-3.jpg
~17-4.jpg
가을을 알리는 새음반
앙드레 가뇽의 새 음반
오프닝
록밴드 라르크 앙 시엘(L’Arc_en_Ciel)의 보컬리스트 출신 하이드의 영어 앨범
부드러운 성악곡을 듣고 싶다면 지금은 30대에 접어든 보이 소프라노 알레드 존스의 천상의 목소리가 어울린다. 14세 때 녹음된
이박 재연 기자revival@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