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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태>

모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의 CEO라고 했다. 그래서 오랜 경륜이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는 개개의 삶을 경영하는 저마다의 범상치 않은 철학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개성이라는 이름이다. 이번에 만난 CEO 역시 강한 개성의 소유자다. ‘의리’를 중시 여기는, 누가 봐도 여장부다운 면모를 갖췄다. 밸브전문 제조업체인 국제스틸공업의 회장이자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헌자 회장이다. <편집자 주>

“한 발이 들어가니, 두 발이 들어가더군요.”

이헌자 회장은 남편 건강이 좋지 않아 사업을 시작한 케이스다. 이른바 비상사태의 처리가 그에게 부여된 첫 임무였던 셈이다. 당시 42살의 나이다. 이 회장은 지난 83년부터 남편이 경영하던 밸브전문 제조업체인 국제스틸공업을 전수 받았다.

어린 시절엔 백의의 천사나 수녀가 좋아 보였다던 그에게 사업은 오히려 천직처럼 다가왔던 듯 싶다. 소위 말하는 3D업종인 제조업체는 여성이 도전하기 그리 쉬운 분야는 아니다. 더구나 주물공장은 말할 나위도 없다. “부가세가 뭔지 영업이 뭔지 정말 몰랐다”던 그에게 경영은 난생처음 맛본 색다른 공부였다. 그래서 한발 한발 들어갈수록 재미도 붙고 자신감도 붙은 것이다. 그는 철저히 현장 체험을 통해 경영을 체득해 나갔다. 자칫 백기를 들 소지도 많았던 분야지만 그는 거뜬히 연매출 250억원 규모의 회사로 일궈갔다. 그의 남다른 모험정신 때문이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일에 관한 한 대단히 세밀하고 꼼꼼한 사람이라고 자평한다. 사실 그의 성격은 소탈하고 스케일이 크다고 정평이 나 있는 터다. 하지만 그는 기업을 하면서 자신 안에 내재한 철저함을 발견하곤 은근히 놀란 눈치다.

“1인 3역 그 이상을 해야 하잖아요. 남 잠잘 때 자고 해서는 성과를 볼 수가 없지요.”

그래서 그가 사업가의 최우선 덕목으로 치는 것도 바로 부지런함이다. 그는 숨쉬기 운동이 전부일 만큼 이렇다 할 취미생활도 못해 봤다. 365일 쉴 시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내달려온 것이다.

“전통산업 없이 산업발전은 불가능한 일”

“사실 이런 업종은 갖고 있을수록 힘이 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이윤창출이 참 어려워요. 내가 이익을 내려고 하면 제조업을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그런 생각마저 듭니다”

손이 많이 타는 노동집약적 산업이요, 정밀산업이기 때문이다. 가스라인, 원자력 발전소, 한전, 핵발전소 등 그 용도와 경로 또한 참으로 다양한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되는 분야지만 우리나라에서 주물공장 하면 사양산업 치부하는 것이 그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실 굴뚝산업이야말로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한 일등공신 아닌가. 그는 기초산업에 기반하지 않는 산업발전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전통산업의 발전없는 벤처기업의 발전은 실상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통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희박하기만 하다. 한국에서 3D업종의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도 바로 그 대표적 반증이다.

“힘든 일은 안 하려 하잖아요. 특히 이 전통산업은 IT분야와 접목이 안돼 더더욱 어려움이 많죠.”

그래서 착안한 것이 지난 94년부터 추진한 중국 진출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의 해외 진출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이미 그의 회사 기술진은 중국, 동남아를 비롯한 제3국에 대거 포진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남아있는 자신의 기술진들이 여간 고맙질 않다. 따라서 그가 내건 제1 신조는 자신의 회사를 평생의 생활터전으로 삼아왔던 사람들과 언제고 동고동락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살면서 늘상 신념처럼 여겨왔던 ‘의리’를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사업하면서 가장 기뻤던 건 직원들 월급, 보너스 제대로 주고 할 때예요.”

그 스스로 20년 동안 사업을 해 오면서 한 가족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들에 대한 감사의 자리를 한판 크게 마련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3일 열리는 여경총 주최 ‘제1회 여성 CEO와 함께 하는 마라톤 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개성 강하고 뚜렷한 3백여명의 회원 CEO들 역시 한 회사의 대표로서 누구보다 크게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싣는 자리를 필요로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경총이 처음 주관하는 이번 마라톤 대회가 갖는 의미는 원대하다. “월드컵 4강으로 끝나서는 안되잖아요. 경제 4강으로 발전시켜야죠. 그 선두에 우리 여성 CEO들이 있어야 합니다. ”

말하자면 여성 기업인들의 위상을 만방에 고하는 선포식인 셈이다. 이 자리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초대된다.

하늘이 열리는 날 많은 여성 CEO들의 가족이 하나가 돼 뛰고 달리는 몸짓에서 한국 경제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는 건 조급한 바람일까. 여성 경영인들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자임한 그가 이끌어 갈 여경총의 위상은 그래서 더욱 크게 다가온다.

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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