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회원

두어 달전 어느 조간신문이 행한 여론조사에서 호주제 관련 문제의 답으로 나온 보기들을 보고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보기들은 다음과 같다. 1번 호주·호적제를 완전 폐지해야, 2번 호주·호적제를 크게 수정해야, 3번 호주·호적제를 유지하되 일부 개선, 4번 호주·호적제를 현행대로 유지, 5번 무응답.

만일 당신이라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위 보기들은 호주제에 대해 조금만 관심 있어도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도대체 호주제를 폐지하지 않고 ‘크게 수정’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말이다. 아니, 가능하기나 한가. 굳이 다섯 개의 보기를 들어 세밀한 조사를 하고자 한다면 1번 호주제를 폐지하고 1인 1적제를 시행해야, 2번 호주제를 폐지하고 가족별 호적을 시행해야, 3번 호주제를 유지하되 친양자 제도를 도입… 이런 식으로 구체적이고도 정확한 보기를 줘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잘못된 보기들 때문에 마치 호주제를 폐지하지 않고 크게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양 잘못 인식될 수가 있는 것이다.

호주제의 중요한 핵심은 부가입적(父家入籍, 夫家入籍)과 호주승계다. 호주가 없다면 부가입적이나 호주승계가 있을 수 없고, 부가입적과 호주승계가 없어진다면 이는 곧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호주·호적제를 유지하면서 크게 수정한다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모든 호주를 현재의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중간자적인, 중도의 것을 막연히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무언가 자기와 반대되는 성향을 말할 때 곧잘 ‘극단적인’‘완전’과 같은 표현을 하곤 하며 그런 것은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미 한쪽으로 치우쳐진 사회에서 완전 객관을 가장한 왼쪽과 오른쪽, 중간이라는 보기들은 그 자체로 부정확하고 부당하게 여론화될 수 있음을 많이 보아왔다. 하물며 위와 같이 가능하지도 않은 것을 태연하게 보기로 낸 것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 고쳐서라도 유지하고자 하는 그 호주제의 부가입적·호주승계가 호적 본연의 기능인 ‘신분증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특정한 가족형태를 강요하고 여성차별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호주제가 조금씩 고쳐서 폐지할 성질의 것이 아니란 걸 안다면 저런 식의 여론조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언론에서 호주제에 대해 피상적이기보다 정확하고 본질적으로 접근해 다뤄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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