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내부 자성 움직임 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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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오락연예 프로그램의 선정성, 편파성이 시민단체들의 끊임없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연예계 비리 수사와 KBS 2 TV <서세원쇼> 진행자 서씨의 해외도피 등이 이어지면서 오락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방송사 내부에서 변화 움직임이 일지 않는 한 ‘쇠귀에 경 읽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동아일보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제4회 평등·인권방송 디딤돌, 걸림돌 수상식을 가졌다. 여성연합 산하단체 및 미디어 관련단체들로부터 프로그램을 추천받아 심사 선정한 올해의 걸림돌 프로그램은 KBS 2TV <서세원쇼>와 <개그 콘서트>다.(본보 690호 1면 보도) 이 프로그램들은 여성출연자들의 신체를 희화화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연예인 사생활 엿보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락성 프로그램 비율 너무 높아

시청자들의 도마 위에 오른 프로그램은 주말 저녁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과 밤시간대 토크쇼들이다. KBS 2TV <서세원쇼>는 서씨의 잠적으로 현재 잠정 폐지 상태. <개그 콘서트>는 지난 25일 방영분 중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여성의 외모를 풍자하거나 부적절한 언어(목젖 브래지어, 목젖 뽕)를 사용한 점 등이 특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로리주희씨(여성연합 여성미디어센터 운영위원)는 이와 관련, “현재 50%에 달하는 오락성 프로그램의 비율이 너무 높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작비 절약과 시청률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소수 인기 연예인들을 앉혀놓고 그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웃음을 유발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외모가 강조되는 것은 물론 게임코너에서 폭력적이고 억지스런 벌칙(먹기에 고역인 음식을 먹게 하거나 매를 때리는 식의)이 부과되는 것 등은 출연 연예인의 인권까지 무시한다는 것이다.

한편 문화연대는 지난 14일 <서세원쇼>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 제작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문화연대 측은 올초 공중파 연예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시청자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6월 최악의 방송프로그램으로 <서세원쇼>를 선정한 데 이어 KBS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계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다. 문화연대 김형진 간사는 <서세원쇼> 제작자 측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으나 지금까지 내내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도 연예인 인권 침해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를 방송 3사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KBS 측은 성의없는 답변서만 보냈다고 문화연대측은 밝혔다.

한국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간사 역시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쿵쿵따 코너는 머리 때리기는 예삿일일 정도로 고정 패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며 일본 상업방송 수준에까지 이른 이들 프로그램의 저속성을 문제삼았다. 윤씨는 또 “외부에서 아무리 지적을 해도 내부의 자성 움직임이 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방송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00년 5월 기준 주 시청시간대(오후 7시∼11시)의 오락 프로그램 비율은 KBS1 39.2%, KBS2 75.8%, MBC 68.9%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양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오락 프로그램에서 스타들의 신변잡기 수준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진행자 자질 의심스러운 수준

각 방송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주에 10여건 꼴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임경희(ID:lion0925kr)씨는 “한동안 재미있게 <개그 콘서트>를 시청했지만 점점 선정적으로 변해가는 꼭지들, 여장남자들의 식상한 연기, 신체를 이용한 민망한 연기들을 제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올렸다. 미국에서 시청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ID:JAMES)은 “<일요일은 즐거워> MC들의 오버액션과 눕혀놓고 마구 때리는 식의 폭력적인 장면 등 진행자의 자질이 의심된다”며 진행자 교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일간지 방송면에서는 이런 코너들의 교육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추켜세우는 형편이다.

<서세원쇼> 담당 박환욱 PD는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연예인들을 소재로 제작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특성상 불가피하다”며 “즐기고 웃는 게 목적인 오락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처럼 이들 프로그램의 오락적 순기능만 내세우는 것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게 시민단체들과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담당 PD는 “오락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호기심을 해소시켜 주는 만큼 오락성과 시청률이라는 양면의 칼 앞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그 속에서도 진행자의 자질만큼은 엄중히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바깥에서 비판의 소리가 아무리 높아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가 문제의식을 공감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실제로 지난해 KBS 2TV에서 방영된 <특종!사건파일>은 민우회가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선정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일자 자체 폐지하기도 했다. 관중 조작 시비가 일었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게릴라 콘서트 코너 역시 최근 폐지됐다.

그만큼 시청자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프로그램 비판이 무게를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와 관련, 최근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와 KBS 예능국 PD 30여명이 함께 참석한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에 관한 토론회는 주목해볼 만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PD는 “지금까지 KBS 내부에서조차 프로그램의 오락성과 공영성의 황금분할에 대한 논의는 전무했다”며 “오락 프로그램의 장기적 개선방안을 사내외에서 함께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말초적 재미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은 방송국 관계자들과 시청자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어려운 숙제임에는 틀림없다.

이박 재연 기자reviv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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