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포츠신문은 몇 주째 ‘연예인 성상납’으로 온통 도배가 됐고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봐도 게시판엔 누가 걸레라더라, 누가 그렇고 그렇다더라는 말밖엔 보이지 않는다.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어차피 일상이 되어버린 일이지만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에 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조차 뻔하게 ‘피해자의 인권을 생각해야 하며 성생활은 개인의 자유다’란 말을 하고 싶진 않다. 이런 류의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자극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이런 사건을 즐기는 사람들조차도 쉽게 말할 수 있는 그냥 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도대체 대중들의 ‘관음증’을 이해할 수가 없다. 우습게도 항상 연예인 성상납 사건이 터지거나 열애사건, 대마초 사건 등등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타격을 받는 것은 남자연예인보다 여자연예인이고 설사 행위자가 남자연예인이라 하더라도 그 상대(여자)는 도마에 오르는 것이 아주 습관적이다. 아마 순진무구하고 우리 입맛에만 맞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여자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해선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이라 단정짓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마치 그를 단죄할 권리라도 가진 양 마냥 돌을 던지고 한순간에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 만다.

성상납의 권력구조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건

우리가 보고 싶은 모습에만 집착하기 때문

여하튼 대중 앞에 아니 남성 앞에 서는 여자연예인은 남성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우리 머리에 너무 깊이 박혀있는 것 같다. 예전 ‘황**’사건 때도 그랬다. 사건 그 자체보다 그녀가 우리에게 준 이미지를 배신하고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긴 것이 여자로서 ‘미친 짓’이라 말했고 또한 변명인지 진실인지는 모르는 그 ‘최음제’ 때문에 한 여자의 모든 것을 대중 앞에 낱낱이 드러냈어야만 했다.

지금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는 K양과 L양 등등 우리가 좋아하는 그 모든 연예인들을 ‘창녀’일 것이라 말하고 성상납한 연예인이 누구일까에 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그들을 단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성행위라는 것이 혼자 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누구한테 허락을 받아야 할 문제도 아닌데 소위 우리가 말하는 ‘공인’이라는 여자들이 누구랑 잤다고 보도가 되면 거기에 대한 오만가지 해석과 별 중요하지 않은 사실마저 수면위로 떠오른다. 물론 상대남자에 대한 사실은 쏙 빼고 말이다.

어째서 대중들은 그리도 여자연예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지 나로선 너무나 궁금하다. 솔직히 말해서 2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어떤 남자연예인이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서 몇 달 동안 인터넷이 시끄럽고 그것이 스포츠뉴스의 톱기사로 장식된 것을 거의 본적이 없다. 아니 아예 본적이 없다. 심지어는 O양의 그 남자는 지금 아무 문제없이 아주 잘 살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우리가 이런 성상납 사건에 대해서 그 관계의 권력구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그네들이 처한 현실은 전혀 보지 못하고 단지 우리가 보고 싶은 모습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자기들 마음대로 환상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 사람을 해부하고 흔들고 찢고…

그렇게 해야 그 이상한 ‘관음증’은 만족을 하는가. 흥분하는가. 대중들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에 대중의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러나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말하고 싶다. 연예인들도 자신의 인생이 소중한 것이지 대중을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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