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에 대한 강간 미화 위험

영화 <오아시스>를 보고 이창동 감독, 참 지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사람 마음의 밑바닥을 쉬지 않고 두들겨댔다. 보고 나서 마음이 진정되고 난 후 문득 한 가지 의문 나는 것이 있었다.

영화 속에서 공주는 자기를 해하려했던 사람에게 그 이유가 지독한 외로움이었는지, 혹은 종두에 대한 그리움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전화를 한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 역시 공주와 마찬가지로 강간을 당할 뻔했던 적이 있다. 그 날 이후로 어찌나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무섭던지… 그 공포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영화는 어떻게 공주가 그 공포를 극복했는지 혹은 종두라는 사람이 본시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고 다시 전화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아주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또 기우일지는 모르나 나는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오해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 저렇게 연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구나!’

‘강간을 하려고 했는데도 여자는 괜찮구나!’

감독은 아는지 모르겠다. 지체장애인들에게 강간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무섭고 심각한 현실을. 이런저런 생각으로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김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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