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이 이런걸 하면 안되지”

지난 주 토요일 명동에서 열린 ‘제4회 프리 월경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오후 4시부터 7시 반까지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리플렛을 나눠주고 월경과 관련된 잘못된 관념과 소문에 관한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도와줬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월경 페스티벌이 뭐예요?”라고 물어오는 20대 여성이 있는가 하면 “요즘 애들은 참 대단해”하며 지나가는 아주머니도 계셨다. 그리고 어떤 아주머니는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한 남학생에게 “남학생이 이런 걸 하면 안되지”라며 혼을 내기도 하셨다. 과연 ‘월경’이 철저하게 여성들만의 사생활로, 그것도 은밀하게 일어나고 남에겐 숨겨야만 하는 일로 치부돼야 하는 걸까.

월경에 대한 편견들

월경을 하는 동안은…

목욕을 하거나 수영하면 안 좋다.

동식물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된다.

머리를 감지 말아야 한다.

운동을 하면 나쁘다.

심한 생리통은 결혼하면 낫는다.

탐폰을 하면 처녀막이 찢어진다.

<출처·월경 페스티발 사이트(menses.abefg.com)>

‘월경’이 여성들의 사생활의 일부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성’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그것을 터부시하고 은밀하게 덮어뒀기 때문에 ‘월경’과 관련해서 많은 오해와 부정적인 생각들이 퍼져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월경을 할 때 술을 담그면 술이 익지 않는다”거나 “월경을 할 때는 상가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등 여성들이 스스로의 사생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동안 남성들에 의해서 월경은 부정적이고 불결한 일이라는 색깔이 씌워져 버렸다. 침묵은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여지기에 이제 여성들은 스스로의 몸에 대해 당당하게 외쳐야 한다. 월경을 ‘잘 모르지만 더럽고 불결한 일’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문화’로 바꿔야 한다.

이런 의식의 전환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될 때 비로소 모든 여성이 ‘생리휴가’에 대해서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생리주기에 따라 만든 생리주기 팔찌와 같은 제품을 애용해 자신의 몸을 더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이것이 ‘월경’을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서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의 장으로 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서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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