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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국도 1호선 종착지인 신의주까지 가려고 했습니다. 통일부에 문의를 했는데 수행원도 없이 국도를 직접 발로 다니며 답사하는 건 북쪽에서 허락치 않을 거라는 대답이 날아왔죠. 아직은 서로가 감추고 싶은 부분이 많은가 봅니다.”

작품이 걸린 갤러리에서까지 끝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서양화가 황순칠씨(<새벽>회장)는 이번 전시를 위해 회원들이 1년 여 넘게 동분서주했다고 운을 뗐다.

그룹 <새벽>은 그간 일반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면서 주체적인 미의식을 지향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외국인들은 분단현실이나 통일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들이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하는데 그네들의 눈에선 당연한 결과지요. 작년 초 그룹 워크숍에서 국도 1호선을 따라 근·현대사의 발자취를 더듬고 캔버스를 공동체의 소통 기반으로 삼아보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임진각에서의 설치 작품 제작 과정은 순탄했을까.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죠. 작년 8월 2박 3일 간의 답사 마지막 장소가 자유의 다리였습니다. 길은 끊어지고 시간은 정지한 곳에서 군 협조를 받은 가운데 답사가 이뤄졌죠. 인원을 채워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가족들까지 동원해서 들어갔어요. 공동경비구역의 남북회담장 안에선 흰 경계선을 넘어 북쪽땅도 밟아 볼 수 있다고 해서 다들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순식간에 이북땅을 밟았다는 감동에 모두 얼싸안고 포옹을 했지 뭡니까.”

황씨는 미국의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대북정책을‘웃기는 비빔밥’이라고 표현했다. 일장기로 둘러진 동양척식주식회사를 그린 작품 <혼불> 제작 당시 일화도 들려준다.

“꿈에 검은 원혼들이 동양척식주식회사 그림 주위를 빙빙 돌더군요. 마치 탑돌이하듯…일제 때 편안히 쉬지 못한 영혼들을 쉬게 해 주자는 의미로 작품 제목을 혼불로 했습니다.”

회원들이 한국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오산 미군부대 앞에서 스케치 작업을 할 땐 상가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이태원에도 처음 가 봤는데 거긴 영문 간판들이 즐비한 게 한국인지 미국인지 도통 알 수가 없더군요. 오산은 서울 용산, 이태원하고 비슷한 장소지요. 주민들이 작업을 뜯어말리는 통에 몸싸움도 하고 몰래 사진 촬영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어요.”

자유의 다리에서 설치 작업할 때 작업을 방해했던 상이군인 출신 관리인, 오산 미군 부대 앞 윤락가의 필리핀‘양공주’들이 기억에 남는다는 황씨. 답사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물론 설치작업에 한 줄씩 소원을 남긴 관광객들의 감회까지 모두 이번 기획전에 녹아 들어간 듯 했다. 관객을 제작 과정에 함께 참여시킨 그룹 <새벽>은 갤러리란 공간 안에서 메아리가 있는 울림을 만들어내는 이들임에 분명했다.

이박재연 기자 reviv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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