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워크숍 뒤의 물리치료

영상원 2학년 1학기에는 필름 기초 워크숍이라는 5분 짜리 필름작업 과정이 있다. 사실상 첫 작영상원 2학년 1학기에는 필름 기초 워크숍이라는 5분짜리 필름작업 과정이 있다. 사실상 첫 작업이고 매 주말에 촬영을 나가기 때문에 힘들다. 그래 꽤 힘들다. 그런데 뭐가? 팀워크 때문에? 밤샘 작업이라? 혹시 창작의 고통? 위의 모두가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지만 우리 조 여학생들을 병원으로 보낸 것은 촬영장비의 무지막지함이다.

조원 중 네 명이 여성이었는데 그중 하나는 허리, 다른 한 명도 허리 또 다른 한 명은 왼쪽 무릎을 물리치료 받고 있다. 영화 촬영 장비는 보기에도 우람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들을 수 없는 게 많다. 그렇지만 영화는 찍어야 되고 씩씩한 영상원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게 의지할 순 없고 하여 무리를 하다가 결국 물리치료를 받게 되었나 보다.

남학생들은 번쩍 들을 수 있고(그네들도 힘들지만) 여학생들은 허리가 부러져야 들을 수 있는 남성 위주로 디자인 된 장비들. 조명기가 네 개 들어있는 몰 세트는 두개씩 넣어서 무게를 반으로 줄이고 브리프 케이스 달리의 손잡이는 하나가 아니라 두개로 만들어서 같이 들게 하면 여학생들도 들을 수 있는데. 그리고 체력을 이유로 촬영 전공을 포기하는 여학생들은 없을 텐데.

실제로 체력을 이유로 촬영 전공을 애초에 포기하는 여학생들이 많다. 작은 스틸 사진기를 가지고는 훌륭한 앵글과 빛을 잡아내던 그들이 체력이라는 이유로 포기하는 것이다. 겨우 필름 기초 워크숍을 끝내놓고 물리치료를 받게 됐으면 졸업할 때 몸이 다 상해서 더 이상 영화를 찍을 수 없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한 기억이 난다.

여성 영화인들이 많아져 장비도 여성을 고려해 디자인되려면 얼마나 많은 여성 영화학도들의 허리가 망가져야 되는 걸까.

서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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