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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영민>

“치유력을 가진 잡지, 레베카의 무기죠.”

사랑과 베품이라는 기독교 정신을 지향하는 기독여성 월간지 <레베카>의 새 대표 자리에 지난달 프리랜서를 선언한 전 KBS 아나운서 정미정(37)씨가 안착했다. ‘레베카’는 성경에서 지혜의 여인으로 그려지는 에서와 야곱의 어머니. 정씨는 섹스와 연예인 불륜 기사가 남발하는 기존 여성월간지와 대별되고 레베카처럼 세상을 보듬는 기사로 가득찬 잡지를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지난해 세례를 받고 사랑의 공동체를 알게 되면서 레베카를 접하게 됐어요.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커져 가던 때에 적시에 만난 것 같습니다. 잡지 운영이 힘든 시점에 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기도 하구요.”

정씨는 KBS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KBS 위성방송에서 방송중인 2,30대 대상 가요 프로그램 <정미정의 시간 속의 향기>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1989년 KBS에 입사해 만 13년 동안 지낸 방송생활 덕에 위기관리능력을 톡톡히 배울 수 있었다고.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는 “아줌마, 대가 센 사람, 튀는 여자”의 이미지로 평한다며 활짝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KBS 시절 여성노조위원장을 4년 간 지냈고 사내 미용실이나 헬스 설치는 물론 여성복지 관련 사안마다 큰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괄괄한 성격은 네 딸 중 셋째로 태어나 광주에서 외나로도로 여수로 또 서울로 오가며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영향도 크다.“할머니가 항상 ‘넌 덤이다’라고 하셨어요. 그 소리가 싫어 어렸을 때부터 일부러 더 나섰죠. 어렸을 때 장래희망이 군인이었을 정도니까요.”

남자 진행자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이유없이 자신만 교체될 때도 과감히 이의를 제기했고 <도전 주부가요 스타>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남자 진행자를 3명이나 갈아치우기도 했다. 평소 수평적인 의사조직과 여성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그녀다운 행동이다.

“문화적 감수성과 예민함을 지닌 사람만이 경영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요. 여성이 우월할 수 있는 분야죠.”

낙네들이 편히 수다 떠는

우물가 같은 공간 만들고파

그녀는 자신은 무신론자도 율법주의자도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인간이 어디에서 나오고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이 테제가 진리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단지 자신의 삶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세울 수 있는 거구요.”

지금껏 살면서 빛이 크면 그늘도 큰 법이라는 걸 깨우쳤다는 그녀. 그만큼 그녀는 삶의 질곡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위기 역시 소명이라면 즐겁게 받아들이자는 것을 터득했다고 하니 이제 그녀에게 주어진 <레베카>의 자리도 소명일 터다.

기독월간지인 만큼 레베카는 신변잡기적인 기사들을 일체 배제한다. “여성성이 가진 치유력에 초점을 둔 기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조미료가 빠진 찌개처럼 밋밋한 맛이 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진국일 수도 있죠.”

올해 창간한 레베카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러나 정씨는 성서 속 레베카처럼 섬기는 마음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아마도 거기에 경영의 해답이 숨어 있을 터이다.

“우리 잡지가 아낙네들이 편안히 수다를 떨던 우물가 같은 공간이 됐으면 해요.”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부들에게 시테크 전략에 관한 강의도 하고 싶단다. 효율적인(!) 사내 연애로 일찍 주부가 돼 두 남매의 엄마노릇도 하고 있으니 시테크의 달인이 됐을 법도 하다. 정씨는 주부들이야말로 우선 할 일, 덜 중요한 일을 안배하는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정 화목이 행복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70% 정도는 좌우한다고 봐요. 살림이라는 단어의 뜻이 ‘살린다’는 뜻이잖아요. 살리는 일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능란하지 않나요?”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가정은 물론 세상도 행복할 수 없다고 믿는 그녀. 때문에 새로이 승선한 정씨가 이끌어갈 레베카호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이박 재연 기자reviv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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