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고소율 낮은 이유 있다

고등학교 교사와 펜싱협회 관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H고교 1년생 조모양이 검찰에서 15시간 가량 피의자와의 대질심문을 포함한 조사를 받은 후 자살을 기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조양 아버지의 진술에 따르면 8월 9일 오전 10시경 검찰은 성폭력 혐의자와의 대질심문 과정에서 조양이 보호자와 동석하는 것을 막고 혼자 대질하게 했으며 조양의 대리인인 변호사가 거세게 항의하자 약 두 시간 뒤에야 조양의 아버지를 들여보내 주었다. 조양은 검찰조사 이후 충격을 견디지 못해 ‘왜 죄인 아닌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고 죄인들은 떳떳하게 큰소리 치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수면제와 진정제 40여 알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 다행히 아버지에게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지만 결과적으로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인식과 태도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냈다.

수원여성의전화와 다산인권센터 등 60여개 여성·시민단체들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가 보호자와 동석할 권리를 무시한 것은 검찰에 의한 피해자 인권침해”라며 “법률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검찰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항의하고 있다.

조양이 H고교 입학이 정해지던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올해 5월까지 펜싱교사 김모씨에게 5차례에 걸쳐 성폭행·성추행을 당했으며 경기도 펜싱협회 관계자로부터도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은 6월초의 일이다.

학교측 사건 직후 상담 받고도 조치 취하지 않아

펜싱협회 관계자 ‘너 때문에 다들 다친다’ 회유

검찰 한달 수사지연… 보호자없이 피의자와 대질

초기 상담을 맡았던 김미진(당시 부녀아동상담소 상담원)씨에 따르면 5월 25일 조양은 전라남도 모 지역에서 있었던 펜싱경기에 나갔다가 시합이 끝나고 선수들의 숙소인 한 모텔에서 김모 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그리고 팀의 코치와 펜싱협회 관계자에게도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상담요청을 했다.

그러나 조양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이나 지난 뒤였다. 조양의 아버지는 “그 곳에서는 일단 그 사람들(코치와 펜싱협회 관계자)이 아이의 보호자가 아닌가. 아이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상담을 요청했는데 어떻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부모에게조차 연락하지 않을 수가 있나”라며 항의했다. 김미진씨도 “처음에 학교측 사람들이 조양을 병원에 데려갔다면 보다 확실한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그저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조양은 펜싱협회 관계자가 자신을 불러내 “너 때문에 현재 코치들이 다 구속되고 다른 아이들도 운동 못하게 될 거다”라는 식의 협박과 회유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조양과 조양의 부모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 것은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서부터다. 6월 2일 이 사건을 접수한 수원남부경찰서는 혐의자들을 긴급체포 해 초동수사를 마치고 6월 12일 수원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재수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런데 경찰의 2차 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18일경 검찰이 사건을 송치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후로 무려 한달 간이나 검찰의 수사는 지연됐다.

참다못한 여성·시민단체들은 7월 18일 “경찰이 보강수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검찰로 송치를 지시한 것도 이례적인 일인데 왜 한 달이 넘도록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있냐”며 “교사 지위를 이용해 미성년 제자를 수 차례 성폭행한 파렴치범들을 즉각 구속수사하라”는 성명을 내고 수원지방법원에서 집회를 열었다.

수원여성의전화 권미라 회장은 “경찰의 2차 수사 과정에서 조양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성폭력을 당했다는 진술을 했지만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이후로 다들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학교와 펜싱협회, 검찰이 이렇게 성폭력 피해자를 방치하니 우리나라 성폭력 고소율이 세계적으로 최하수준인 건 당연한 일”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검찰의 수사 착수와 더불어 조양이 피의자와의 대질심문 이후 자살기도를 하는 등 사건의 해결과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수원여성의전화를 비롯한 60여개 단체들은 19일 간담회를 갖고 ‘H고등학교 성폭력 대응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H고교와 펜싱협회, 검찰 측의 태도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들 단체들은 또 “운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코치나 감독의 영향력은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학내 성폭력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데에도 문제인식을 함께 하고 대책마련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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