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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등급 판정이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영화 상영회장에서 한 노인 관객이 포스터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영화 <죽어도 좋아> 제한상영등급 토론회

노인들의 성을 파격적으로 다뤄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 판정을 받은 영화 <죽어도 좋아> 상영회 및 토론회가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주최로 지난 7일 인사동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영등위 영화등급분류 소위원회는 지난 달 23일 "영화 <죽어도 좋아>의 표현기법이 일반국민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제한상영 등급을 부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판정은 영화의 제한상영등급이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최근 판결과 맞물려 영화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쳤고 현재 재심이 청구된 상태다. 이날 상영회에는 영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130여 명이 넘는 관객과 취재진이 몰렸다.

패널 토론에 나선 유창서 영화인회의 사무국장은 "현재 영등위의 비디오물 등급보류 기준은 신체부위, 성행위의 과도한 묘사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것 매춘이나 강간 또는 변태적 성행위로 국민일반 정서에 반하는 것 등이다"면서 "그러나 이런 기준은 성기노출에만 집착해 드라마 전개는 외면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장윤선 참여연대 간사는 "금기시돼 온 노인의 성문제를 사실적으로 접근한 영화인만큼 등급 부여는 관객들이 영화를 직접 본 이후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관객 백준현(직장인, 47)씨는 "실제 성행위 묘사가 7분에 이르지만 성행위 장면이 삭제되면 감독의 제작의도가 무시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패널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최태연 운영위원은 "노출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영등위의 판정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 분위기는 '제한상영 판정이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본 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우선 이번 판정이 노인들에게 정서적 기쁨 못지 않게 육체적 가치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작품 의도를 원천적으로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일반적인 국민정서'라는 모호한 판정 기준을 영등위 내부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수렴할 것인가 하는 점은 사전심의제도가 넘어야 할 산이다.

결국 영화를 판단하는 관객 고유의 권리가 보전되느냐 여부는 영등위 15인 위원회로 넘어간 재심 과정을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의견을 경청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표현상 노출 가능 지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영등위의 존재 의의도 살리는 길이라는 영화계의 지적은 겸허히 수용돼야 할 것이다.

이박재연 기자 reviv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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