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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뭐죠?

"공간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 전시의 경우 판타지라는 주제를 공간으로 연출하고 싶었어요. 지면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시원하게 끌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판타지라는 주제도 제 작품에 맞는 거 같았구요."

작품을 보면 판타지와 현실의 애매한 경계에 있다고 할까. 현실의 상황을 판타지처럼 표현함으로써 느낌을 극대화하는 듯해요. 그런데 그 판타지가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보여지는 듯 한데. 본인에게 판타지란 어떤 의미인지.

"여성들이 몽환적이라고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전 그게 쓸데없는 상상이나 몽상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현실적인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요. 몽상과 현실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제게 있어 판타지라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어떤 것이에요. 내가 느끼는 것, 내가 사고하는 것, 내가 바라보는 것. 나라는 존재가 현실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내 머릿속 공상 역시 현실적이죠. 공상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내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잖아요. 전 보여지는 것도 현실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백지 앞뒷장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들을 만화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 판타지는 '아주 현실적인 판타지'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 이런저런 잡생각 많이 하시죠?

"쓸데없는 몽상을 많이 하죠.(웃음) 끊임없이 보이는 걸 보면서 생각하고 혼자 상상하고. 내 눈에 비친 것들과 내 머릿속의 것들에 대한 생각들. 제가 존재하는 이 낯선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나를 찾아다니는 과정이 제 작품인 것 같아요. 늘 내가 누구인지 이 공간은 어디인지, 나를 찾았다 하다가도 정말 찾은건지 그런 고민들."

쓸데없는 생각한다고 어릴 때 많이 혼났겠어요?

"부모님보다 선생님한테 많이 혼났죠.(웃음) 맨날 딴 생각하다가 혼자 그림 그리고 해서 ."

만화의 특수성을 최대한 살린 공간 구성력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나는 지금 걷고 있지만 다른 앵글로 나를 보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잡힐지 모르죠. 전 수학적인 그림을 좋아해요. 정지한 한 단면이 아니라. 만화에서는 그런 표현이 가능하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들이 연출되거든요. 그런 새로움, 새롭고 낯선 느낌들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전 말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지금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은?

"바람 불 때 나는 나무소리를 듣다가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졌어요. 바람버스, 바람나무 그런 것들. 물론 아주 현실적인 판타지로 말이에요. 앞으로는 내 안에서만 생각하고 작업하는 게 아니라 만화를 보는 사람들과 좀더 소통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하긴 했는데 내 안에서만 한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판타지를 그려내고 고민하고 싶어요."

문이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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