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기획전 - 환타지

여성에게 '판타지'라는 단어는 의미심장하다. '판타지(fantasy)'란 사전적 의미로 '(터무니없는) 상상, 몽상, 공상, 환상, 환각'을 의미한다. 가부장제 사회의 질서로부터 주입된 무수한 '환상'에서부터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변혁적 '상상'에 이르기까지 판타지란 여성과 묘하고도 질긴 끈을 갖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월 24부터 8월 6일까지 갤러리 창에서 열린 여성 만화가 6인의 <환타지> 전은 시선을 끌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정면 벽에 그려진 잔뜩 웅크린 아이가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지마"라고 속삭이고 있다. 비밀의 세계에 들어서는 설렘을 안고 들어서면 일상생활의 따뜻하고 편안한 감성을 잡아내는 이향우, 초현실적인 상상력과 실험적인 만화세계를 보여주는 최인선, 감성적인 일러스트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권신아, 그로테스크하고 독특한 화풍을 구사하는 이애림, 화려한고 환상적인 이미지의 마법사 이태영, 유럽 스타일의 아트만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신예 아이완(iwan)의 작품들로 갤러리가 가득 채워져 있다.

이번 전시회의 책임기획을 맡은 김성진 씨는 이번 전시가 여성작가들로만 구성돼 있는 이유에 대해 "남성작가와 여성작가의 감수성은 다르다. 여성들은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조분조분한 어조로 그려낸다. 전반적인 전시 톤을 잡는데 흐르는 감수성의 색깔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여성작가들만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성작가들의 날카롭고 세심한 내면세계가 전반적인 통일성을 지니긴 했지만 6인의 작가들은 각기 다른 작품 색깔을 선보인다. 이에 대해 김씨는 "흔히 만화에서 여성들의 판타지라고 하면 신데렐라의 꿈처럼 아름답고 가공된 판타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보여지는 여성작가들의 판타지는 SF적 판타지에서부터 리얼한 판타지까지 다양하고 깊이 있는 주제의식과 내면세계가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만화를 갤러리에서 전시한다는 것' 역시 이색적인 시도다. 기획자의 설명은 "그동안 한국에서 만화는 유치하거나 시간 때우기 용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이었다.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 이유는 만화 역시 예술장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런 통념을 깨기 위해서"다.

문이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이향우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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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소품을 응용한 만화설치를 통해 작가가 구상하는 동화적 판타지를 재현한다.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소주병, 아이스볼박스 등의 소품들을 이용한 만화적 설치를 시도함으로써 따뜻하고 유쾌한 이향우식 판타지를 창조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향우식 색다른 스릴러(?) 판타지와 꼬질꼬질 판타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최인선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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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 철학적 만화를 선보여온 작가 최인선은 이번 전시에서 공간 만화책에 대한 실험을 보여준다. 숨바꼭질은 갤러리라는 공간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작품이다. 일명 공간만화책. 작가는 지면이 아닌 공간에 적합한 만화 연출을 보여준다. 등골이 오싹한 최인선의 판타지 속 숨어있는 아이를 찾아보는 것도 작품을 관람하는 또 다른 재미.

권신아 <폐쇄공간의 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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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아는 실사물의 설치와 일러스트레이션을 복합적으로 시도했다. 작가의 손으로 제작된 인형들은 복제돼 평면으로 변형되거나 비틀어지고 다른 공간 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한쪽 벽면엔 사각의 상자에 갇힌 실사 인형, 마주보는 벽면엔 같은 컨셉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마주보며 전시돼 공간의 복제성을 명시해준다.

이태영 <길 잃은 자들의 도시 쌍뜨라 니 콘드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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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자랑하는 작가 이태영은 이번 전시에 오랫동안 구상해 왔던 상상의 세계 쌍뜨라 니 콘드로스를 일러스트와 오브제를 이용한 거대 팜플렛 형식으로 재현했다. 작가가 구상한 쌍뜨라 니 콘드로스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여성작가의 SF 판타지다. 화려한 색채가 살아 숨쉬는 이태영의 아름다운 SF 판타지의 세계.

아이완(iwan) <미트 볼 meat ball (호흡기 질환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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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단행본이 나오지 않았지만 독창적인 만화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작가 아이완은 이번 전시에서 슬라이드 쇼 형식의 영상만화작업과 자신의 일러스트를 전시했다. 작가 아이완은 '미트볼'이라는 제목의 플래시 무비 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가 창조한 판타스틱한 공간 속에서 풀어놓는다.

이애림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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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한 독특한 화풍과 인간성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작가 이애림은 이번 전시 중 포스터 일러스트 분야에 춤이라는 일러스트 한 점을 출품했다. 흑백이지만 칼라보다 더한 강렬함을 주는 이애림의 일러스트는 작가의 최초 단행본 쇼트 스토리(Short Story)에서 진일보한 이애림 스타일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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