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 글이나 책을 볼 때 한자를 몰라 답답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래도 배우면 좀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한자를 한 글자, 한 글자씩 배우고 있는데 자꾸 짜증이 났다. 그것은 글자가 복잡하다거나 외우기 어렵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한자는 유교사상의 바탕이 되는 글자이고 그만큼 남성중심적인 문자다. 예전에 중 고등학교 한문시간에도 한자에 '女'(여자 녀)가 들어가는 글자 중 좋은 뜻 가진 한자가 드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여자 녀' 3개로 이루어진 姦(간)은 '간사하다, 옳지 않다'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또 妨(방)은 '방해하다, 거리끼다, 해롭다' 등의 뜻이 있다. 奸(범할, 간통할 간) 妄(허망할, 거짓 망) (투기할, 시기할 투) 등도 전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가 하면 ' '(단정할 거) ' '(휘청거리다, 가냘프다, 연약하다 염) ' '(온순할 여) 등의 글자를 보면 가부장적인 사회 안에서 여성에게 요구되고 그것이 '덕목'이라고 여겨지는 전형적인 특성들이 잘 나타나있다.
배우다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나서 내가 이걸 왜 배우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말과 글 중에 한자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너무 많다. 때문에 한자를 모르면 아예 읽지를 못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고 읽는다 하더라도 이해가 안될 때가 많다.(한자는 어려운 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다. 난 중국어나 일본어를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이런 언어를 배우려면 한자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테지.
언어 안에는 그 사회의 가치관, 의식이 깊게 배어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나 주변의 중국, 일본 등을 비롯해 흔히 유교문화권, 한자문화권이라고 이야기하는 나라에서 유별나게 가부장적인 사회가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난 한자가 싫다.
강우 진경 kinomania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