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가 들어가면 부정적인 뜻이 된다?
'女'가 들어가면 부정적인 뜻이 된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학을 맞아 학교에서 하는 한자특강을 듣고 있다. 한자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

지만 글이나 책을 볼 때 한자를 몰라 답답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래도 배우면 좀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한자를 한 글자, 한 글자씩 배우고 있는데 자꾸 짜증이 났다. 그것은 글자가 복잡하다거나 외우기 어렵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한자는 유교사상의 바탕이 되는 글자이고 그만큼 남성중심적인 문자다. 예전에 중 고등학교 한문시간에도 한자에 '女'(여자 녀)가 들어가는 글자 중 좋은 뜻 가진 한자가 드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여자 녀' 3개로 이루어진 姦(간)은 '간사하다, 옳지 않다'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또 妨(방)은 '방해하다, 거리끼다, 해롭다' 등의 뜻이 있다. 奸(범할, 간통할 간) 妄(허망할, 거짓 망)  (투기할, 시기할 투) 등도 전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가 하면 ' '(단정할 거) ' '(휘청거리다, 가냘프다, 연약하다 염) ' '(온순할 여) 등의 글자를 보면 가부장적인 사회 안에서 여성에게 요구되고 그것이 '덕목'이라고 여겨지는 전형적인 특성들이 잘 나타나있다.

배우다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나서 내가 이걸 왜 배우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말과 글 중에 한자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너무 많다. 때문에 한자를 모르면 아예 읽지를 못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고 읽는다 하더라도 이해가 안될 때가 많다.(한자는 어려운 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다. 난 중국어나 일본어를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이런 언어를 배우려면 한자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테지.

언어 안에는 그 사회의 가치관, 의식이 깊게 배어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나 주변의 중국, 일본 등을 비롯해 흔히 유교문화권, 한자문화권이라고 이야기하는 나라에서 유별나게 가부장적인 사회가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난 한자가 싫다.

강우 진경 kinomania99@hanmail.net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