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아동극

2002년 세계 아동청소년 공연예술축제(ASSITJ)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아시테지 (ASSITJ)는 세계 70여 회원국이 각국의 문화적 특성과 아동청소년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온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 관련 공연예술 NGO기구다. 특히 청소년 관련 공연예술 분야 중 연극을 통해 평화와 평등, 인종간의 화합을 꾀해 온 아시테지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되어 공연예술 관련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동극 전문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국내외 우수작품 30여 편을 모두 보고싶었지만, 지방공연이 같은 시기에 잡혀 안타까워하던 차에 가까스로 영국의 Travelling Light Theatre company의 Walking the Tightrope(줄타기 곡예)를 볼 수 있었다.

이번 아시테지가 표방하고 있는 아동청소년극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수준 놓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연극이 아니라 '어린이의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아동극, 이것은 어쩌면 모든 아동극단의 목표이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아닌가.

영국 작품 '줄타기 곡예'는 어른과 어린이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전형적인 연극이라 생각됐다. 할머니의 죽음을 모르는 손녀에게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서커스단에서 줄타기 곡예를 한다고 둘러댄다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가 이 작품의 주된 줄거리다. 무대 세트로는 계단이 달린 나무다리 달랑 하나. 줄타기 곡예라 해서 화려한 세트를 기대했던(서구 아동극에 대한 기대였을 것이다) 나는 저것으로 무엇을 할지 다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극이 시작되자 남자 뮤지션이 들어와 아코디언을 연주했다. 조명의 변화 외에는 음악은 모두 그의 아코디언과 바이얼린 연주 그리고 그의 허밍으로 효과를 냈다. 배우는 할아버지와 소년같이 생긴 여배우. 할머니의 부재를 자꾸 궁금해 하는 손주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할아버지는 손주와 함께 요리를 하고 바닷가에 나가 조개도 잡는다. 물론 모두 행위로만 이루어지는 연기는 아이의 순수한 모습과 할아버지의 자상함을 그대로 보여주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 날 공연에는 외국 관람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국내 관람객 외 20여명의 유아 관람객이 있었다. 이 연극의 관람대상이 5-9세였기에 무리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극장 관계자들은 이 날 어린이들을 단속(?)하느라 곤욕을 치뤄야 했다. 영어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극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고 화려한 세트의 변화나 깜짝 이벤트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에는 너무나 지루한 45분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아동극이라 하면 아직도 가벼운 대사와 우스개 거리 광대 짓이 대부분인 게 사실이다. 화려하고 빠른 변속의 게임과 영상물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에게 인간 관계의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는 진지한 연극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장 리얼리티가 강한 연극을 통해 아이들은 현실과 상상의 혼돈이 아닌 그 거리를 인식하는 마음의 눈을 가질 수 있다.

인간의 몸짓이 얼마나 많은 것을 표현해낼 수 있는지, 열정을 쏟아내는 목소리가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성인극과 아동극의 편차를 줄일 수 있는, 그래서 수준 높은 아동극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그런 아동극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바이다.

윤혜숙/꿈을 만드는 사람들 기획실장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