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 데레사 메이 당총재에 임명외무대변인은 동성애자라 커밍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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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부터 영국 보수당(Tory)의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7월 24일에는 보수당의 당수(party leader, 당내 제1인자) 이안 던켄 스미스(Iain Duncan Smith)가 보수당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당총재(party chairperson, 당내 제2인자)에 임명했다. 29일에는 역시 보수당 역사상 처음으로 한 남성의원이 공식적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당수 스미스는 보수당의 개혁을 한층 더 앞당길 것으로 예상하며 데레사 메이(Theresa May)를 당총재로 임명했다. 메이는 옥스퍼드에서 수학하고 1997년부터 메이든헤드 지역의 하원의원으로 선출돼 총재 임명 전까지 교통문제 대변인이자 그림자정부(shadow government, 야당이 집권에 대비해 미리 정해 둔 내각)에서 교통부 장관으로 활동했다.

그는 보수당이 좀 더 많은 여성을 후보로 공천하고 당내에 주요한 직책이 아닌 부분에는 적어도 50대50 남녀동수로 직책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참고로 2001년 선거에서 보수당에서는 한 명의 여성만이 하원의원으로 선출돼 총 166명의 보수당 의원 중 여성은 14명(8.4%) 뿐이다. 이에 비해 노동당은 총 416명의 의원 중 95명(22.8%)이 여성의원이다.

데레사 메이가 어느 정도로 당의 개혁을 이뤄내고 얼마나 많은 여성에게 보수당의 문을 열어줄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어떤 이는 12년 전 마가렛 대처가 당수(party leader)였을 때 보수당의 특징이 바뀌지 않았던 사실을 주지시키며 데레사 메이의 당총재직 임명이 보수당을 바꾸고 개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12년 전 당수였던 대처는 여성문제에는 무관심하고 당내에 있는 다른 여성들을 보수적인 남성의원들만큼이나 무시했던데 비해 메이는 정가에 진출했을 때부터 당내 여성의원 수 증대와 다양한 여성정책제안을 주장해왔던 여성이라는 점에 기대를 하고 있다.

한편 이번에 커밍아웃을 한 보수당 외무대변인 알란 던캔(Alan Duncan)은 타임(The Times)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치가로서 가장 현실적인 삶의 방법은 비록 처음에는 불편하고 힘들지만 성정체성을 대중에게 밝힐 수 있을 만큼 완전히 솔직해야 하는 것이다. 예전 보수당내의 분위기는 ‘당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우리는 아무런 상관을 하지는 않지만 공식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현대사회에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던캔의 커밍아웃 이후 당수 스미스와 동료의원들 대부분은 그를 지지하는 성명을 밝혔다. 당내 개혁파들은 이런 움직임이 보수당이 변하고 있는 증거이며 이를 계기로 당내 동성애자 관련 정책개발이 이뤄지고 동성애자 유권자 및 영국사회 소수집단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유권자들도 신선한 충격이지만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보수당의 개혁을 위한 노력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토니 블레어는 보수파?(Is Tony Blaire a Tory?)’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블레어의 ‘제3의 길(the third way)’ 정책노선은 기본적으로 보수당과 노동당을 구분 짓던 특징들을 흐려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와 전통을 앞세워서는 전혀 유권자의 눈과 귀를 붙잡아둘 수 없다. 뿐만아니라 보수당은 현대 영국사회가 다양한 배경과 정체성을 가진 유권자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보수당 지지세력의 숫자가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증명된다.

그러나 블레어 정부 들어서 나타난 경제호황과 최근 정부의 공공서비스부문(교육, 의료부문 중점)의 예산 확대 발표로 인해 이런 개혁 노력이 얼마나 많은 유권자를 보수당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는 아직 미지수다.

이주영 영국 통신원/에섹스대학 사회학 박사과정chrislj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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