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옥 감독은 단편 <셔터맨>을 시작으로 <있다> <느린 여름> 등 일상의 느낌들을 때로는 낯설게, 때로는 따뜻하게 잡아내며 독특한 작품 색깔을 선보여 왔다. 첫 장편 <질투는 나의 힘> 마지막 작업에 한창인 그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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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영화작업을 많이 해왔다. 첫 장편영화를 만드는 데 그 경험이 도움이 되는가.

“물론 그렇다. 장편영화 제작에는 모든 분야가 세분화돼 각각 작업을 하지만 단편영화 작업을 할 때에는 연출, 녹음, 편집 등 모든 분야를 포괄해야 한다. 따라서 장편을 만드는데 있어 전체를 아우르며 작업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 영화제를 통한 여성감독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감독의 경우도 <있다>로 여성영화제 수상경력이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영화제는 ‘자기확인의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경우 <있다>와 <캣우먼 앤드 맨>이 다른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모두 떨어지더라. 제일 처음 수상한 것이 여성영화제였다. 상을 타려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단지 내가 만든 영화가 ‘소통이 가능한 영화인가 아닌가’를 시험하고 싶었다. 영화제를 통해 자신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건 좋지만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개성을 망치는 일이다. 주변 영화인들 반응에 따르면 단편영화제가 활성화되면서 예전처럼 개성있는 작품들보다는 주류영화와 엇비슷한 작품이 많아졌다고 한다. 영화제는 단지 자기작업의 동력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본다.”

- 영화제를 통해 자기작업의 동력이 생기고 있지만 전문적인 교육이나 인맥 등의 면에서 영화 학교의 경력이 아직 유의미한 것 같은데.

“지금은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넓어졌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집에서도 녹음이나 편집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있고. 아무도 만들라고 하지 않는데 자기 혼자 영화를 찍고 완성하는 것은 상당히 의지적인 행동이다. 그런 의지가 있다면 영화학교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내 경우 연극영화과를 다니긴 했지만 장점은 학교 일정이 물리적 계기가 된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충무로의 첫 작업이었던 <오! 수정> 조연출의 경우 연줄이나 인맥으로 하게 된 건 아니다. 연고가 없는 상황에서 홍상수 감독에게 연락해 몇차례 인터뷰를 거쳐 하게 됐다. 요즘은 일반 연출부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추세다. 자기준비가 돼 있으면 영화작업을 할 수 있는 계기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충무로에서의 첫 장편영화인데 흥행 부담은 없나. 단편영화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색깔이 드러나는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누구나 창작자로서의 자기목표가 있다. 흥행은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는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해준 내 대본에 충실하게 작업했다. 소박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장편의 드라마를 드라마답게 만드는 것이 내 욕심 중 하나였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장편은 내게 첫 경험이고 따라서 제대로 된 드라마를 만드는 것 역시 내부적으로는 중요한 실험이다. 그리고 그 다음 그 다음 시도들이 번져나가도록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드라마이면서 착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 여성감독으로서 충무로는 어떤가.

“내 경험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영화판은 창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열려있는 부분이 많다. 생각처럼 발 딛기 어렵거나 겁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들이 더 많이 진출하고 자기 세계를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문이 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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