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7곳을 비롯하여 전국 13개 지역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가히 미니총선이라 불릴만한 규모다. 각 당도 연말 대선정국의 향방을 가늠하게 될 이번 선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성후보 중 경기도 광명에서 출마하는 한나라당 전재희 후보는 임기가 보장된 전국구 의원직을 버리고 지역구를 선택했다 해서 화제가 되고 있으며 경기도 안성에서 출마하는 새천년민주당 김선미 후보는 고 심규섭 의원의 부인으로 출사표를 던져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편집자 주>

광명 전재희 후보

돈 안 드는 정치의 희망을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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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로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20여년 간 공무원으로 일했던 전재희 후보는 여성 최초 중앙부처 국장 임명, 94년 여성 최초 관선시장, 95년 여성 최초 민선시장으로 당선되면서 화제를 뿌린 인물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임기가 보장된 전국구 의원직을 내던지고 지역구를 선택한 최초의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이 추가됐다.

그는 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패하면서 광명을 떠나기 전까지 4년여 광명시장 재임시절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광명시’를 만들었고 경부고속철도 시발역 유치, 3개 고등학교 동시 설립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했다. 무엇보다 특기할 점은 20년 앞을 내다보고 만들어 놓은 2014년 광명장기발전계획인데 94년 광명시장으로 부임하면서 수립한 것이다. ‘작은 행정이라도 멀리 내다봐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현재 광명시 행정이 이 토대

위에 진행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초선의원인 그는 경실련 선정 최우수 의원, 피감 기관이 선정한 국정감사 최우수 의원, 환경련의 녹색정치인상 수상이 말해주듯 성실한 국회의원이었다. 한나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으로 6개 부처의 당정책을 조정하고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나라당을 정책정당으로 세우는 데 한몫 했다는 자부심도 크다.

‘빗자루 시장’으로도 유명했던 그의 인기는 지금 광명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광명지역 인터넷뉴스 기자는 “시장 재임시 거의 매일 새벽 6시면 광명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전 시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이러한 현상은 분명 미스테리”라고 말한다.

“전국구 의원 4년간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하면 할 도리는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제가 보장된 임기를 버리고 험난하다는 지역구를 선택하게 된 것은 바로 광명시민들 때문이었어요.”

수백명이 탄원서를 들고 찾아왔다. 그는 선거 치를 돈도, 지역구 운영할 돈도 없고 정치를 오래 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돈이 없으면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돕겠다, 우리가 나서서 자원봉사를 하겠다, 그러니 다시 광명으로 돌아와 달라고 말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같은 현실 앞에서 그는 설득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용기로 이렇게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파안대소했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전재희를 사랑하는 광명시민들이 있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인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의원 하려고 의원직 내놓는다는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 그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정치개혁특위 시절 “돈 안드는 정치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던 열망을 시민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 아니었을까.

‘돌아갈 배를 태워버려라.’ 대학 졸업 후 행정고시 준비를 위해 산으로 들어간 20대 전재희가 가슴에 아로새긴 좌우명이다. 이제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면서 깨끗한 정치 돈 안드는 정치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과 광명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접점에서 만나 새로운 정치문화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8월 8일 광명을 주목해 볼 일이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안성 김선미 후보

남편 벗어나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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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은 지난 1월 26일 심규섭 의원이 사망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돼 부인 김선미씨와 3선의 이해구 전 의원이 대결한다.

심규섭 의원은 코골이 수술 후 3일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앞둔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김선미 후보는 이 3일 동안 심 의원과 필담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심 의원이 유명을 달리하던 날 출마를 생각했어요. 아내로서 남편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그의 유지를 제대로 지켜줄까 생각하다가 결심한 것이죠.” 이 대목에서 김 후보는 심 의원이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그는 지역에 살면서 시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등 정치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자부한다. 남편이 국회의원 했다고 부인이 덩달아 나선다는 항간의 시선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도 나름대로 ‘정치적인 수업과 감각’을 착실히 다져왔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번 선거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은 당선의 여부가 아니라 정치인 김선미로 첫발을 내딛는다는 데 있다. 그는 요즘 안성 곳곳을 누비면서 ‘국회의원 심규섭의 부인이 아닌 여성 정치인 김선미가 시민들의 작은 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안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한다.

도농복합지역인 안성에 대한 그의 비전은 무엇일까. “안성에 있는 웬만한 지식층에서는 아이들을 서울로 외국으로 유학 보내요. 그런데 그 아이들이 다시 안성으로 돌아오려고 하질 않아요. 안성에 비전이 없으니까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다시 안성으로 돌아오게끔 하고 싶어요. 나이 들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다시 찾는 것이 아닌 젊은 일꾼들이 안성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제가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또 농촌 노인을 위한 전문병원 유치, 구제역 파동으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안성 축산농가를 위한 지원책 마련과 함께 구제역의 원인 해결을 위한 축산물하수종합처리장 건립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후보 등록때 필요한 재산신고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직계존비속에 친정 아버지의 재산을 신고해야 한다고 하고 지역선거관리위원회는 시댁 재산을 신고하라고 했다는 것. 결국 여성 정치인이 없어 오는 혼란이다. 또 하나. “남편이 죽고 나니까 주민등록상 세대주, 의료보험 가입자 모두 장남 이름으로 되더군요. 실제 겪어보니 우리나라 법에 문제가 정말 많네요. 이것도 국회에 가서 해결해야겠죠?”

안성=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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