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중처벌로 고통받는 가족 수십만명

정치권 자각으로 이중처벌 제도개혁 빨라질 듯

프랑스 정치권 내에서 외국인 이중처벌에 대한 각성이 시작됐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이중처벌이란 사법형을 치른 외국인을 프랑스 영토 밖으로 영원히 추방해 이중적으로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이중처벌은 외국인 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부가형, 즉 영구추방령이 철회되는 사례가 최근에 발생했다. 7월 16일 이중처벌의 대상이 됐던 알제리인 셰리프 부류랄렉(32세)은 극적으로 추방령을 면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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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1세 때 입국한 이래 프랑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다. 지금은 프랑스 여성과 결혼해 여섯 아이의 아버지로 목수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난투극을 벌인 것이 문제가 돼 여러 차례 단기형을 받았었다.

6월 18일 그는 이중처벌 리스트에 올랐다. 리용 상고 재판소는 7월 11일 그를 조건부로 방면했지만 내무부는 7월 13일에 알제리행 배를 타야 한다는 영구추방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그의 변호사 자크 드브레는 프랑스 영토와 자신의 주거지를 떠날 수 없도록 강제하는 조건부 방면과 내무부의 프랑스 영토 영구추방령 사이에는 명백한 모순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에 대한 추방령이 지난 16일에 철회됐다. 1998년 리용에서 4명이 이중처벌에 반대해 단식농성을 벌여야 했던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추방령 철회는 너무나 짧은 시간 내에 쉽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같이 추방령이 재빨리 철회될 수 있었던 데는 인권단체나 언론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발빠른 움직임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우선 베르사이유 시장이자 이블린의 국회의원인 에띠엔 뼁뜨의 편지가 내무부 장관인 니꼴라 사르꼬지의 주의를 집중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7월 9일자 편지에서 그는 부류랄렉의 추방이 여섯 아이가 있는 한 가정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쓰고 있다. 뼁뜨는 이중처벌도 문제지만 부모와 자식을 떼어놓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 ‘프랑스 민주주의를 위한 연합’당의 대표인 프랑소와 베이루가 이중처벌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나선 것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그는 “인간적이고 양식 있는 절차”를 요구했다. 베이루는 수십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아왔고 본국과는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이중처벌해 추방하는 것, 특히 미성년자를 이중처벌해 추방하는 것은 적절한 처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프랑스가 삶의 터전인 외국인의 경우 잘못을 저지른 곳에서 자기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하고 그를 외국이나 다를 바 없는 곳으로 추방해 가족으로부터 단절시키는 것은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만 해도 이중처벌을 받은 외국인이 무려 1만7천명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이중처벌로 고통받게 된 가족은 수십만에 달한다. 1998년 트리스티안 샤네의 보고서에 의하면 만 6세부터 프랑스에서 살면서 교육받은 외국인에게도 영구추방령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권단체에 의하면 매년 약 1천 건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한다.

올 4월 조스팽 전 수상이 이중처벌을 문제삼은 이래 우파 정치인들까지 이에 가세함으로써 정치권의 자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중처벌 관행 개혁을 위한 행보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르몽드 7월 13일, 7월 20일 기사 정리)

황보 신 프랑스 통신원 - 몽펠리에 3 대학 철학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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