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력풀 이제 겨우 구성되기 시작

공기업의 여성인력활용 현황을 보면 이제 막 여성인력풀을 구성하기 시작한 초기단계 수준이다. 정부가 아무리 여성인력을 활용하라고 해도 실상 활용할 여성인력이 전무했다는 공기업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한마디로 그동안 차별을 했던 것이 아니라 아예 여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여성부가 올해 6월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출자기업을 포함한 정부투자기업 20개의 여성비율은 12.5%이고 과장급 이상 여성비율은 1.52%에 불과하다. 13개 투자기관의 경우 총 인원 4만5681명 중 여성은 9.7%, 7개 출자기관의 경우 여성은 14.9%이고 이는 2000년에 비해 약 1.2% 감소한 수치다.

관리직으로 분류되는 부장급(통상 2직급) 이상에서 여성은 20개 공기업 통틀어 18명으로 0.5% 수준이며 과장급(통상 3직급)은 1.9% 수준이다. 여성임원 비율은 매우 저조해 투자기관의 경우 2000년 6.0%였는데 올해는 전무한 실정이다. 출자기관의 경우도 한국전기통신공사를 제외하고는 여성임원이 없다.

현재 공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 중간관리자들의 업무 분포를 보면 대부분 연구직이나 홍보, 마케팅 분야다.

민간기업에 있다가 공기업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ㅈ씨. 그는 별정직 연구인력으로 채용됐다. ㅈ씨가 근무하는 공기업은 지난 96년 만들어졌고 경력자 중심으로 인력이 구성되면서 대부분 남성 중심 조직이 됐다.

ㅈ씨가 이곳으로 올 때 연구직이 아닌 일반직으로 들어올 생각도 있었지만 보수나 경력 인정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연구직을 택했다고 한다. 그는 “일반직으로 들어가려면 낮은 직급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기르는 쪽으로 승부했지만 지금은 어느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는지 솔직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워낙 여성인력이 적어 조금만 튀어도 거론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심리적 위축이 가장 문제다.”

정부에서 여성 활용정책을 내놓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지적도 있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한 여성은 “정부에서 여성인력활용을 위해 탁아나 연수기회 부여 등을 정책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것이 특별히 더 여성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직장탁아시설이 있어도 직장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조차 주위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여성들도 있고 연수를 받았다고 해도 오래된 기업관행이 하루아침에 교정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몇년간 신입직원 채용이 거의 없어 예전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요즘은 투명한 채용과 승진심사방식 등을 도입해 고용에서 승진까지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7월 28일 5년만에 신입사원 공채시험을 치른 한 기업의 인사과  과장은 “80년대 초만 해도 상경계나 공대쪽 여학생도 없었고 자연히 입사하는 여성들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공채 때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650명 중 24%가 여성이었다. 얼마전 면접방식을 계량화하는 회의에서도 우수 여성인력이 많이 응시한 것이 화제가 됐고 인성, 적성검사 성적도 여성들이 훨씬 우수하게 나왔다. 지금은 여성인력풀이 형성되는 초기단계다. 앞으로 기대해보자”는 말을 남겼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한 남자직원에게 여성인력 활용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솔직히 군가산점제도가 암묵적으로 남성우대 여성차별이었다. 최근에야 능력있는 여자후배들이 좀 들어왔지 예전에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어느 회사건 마찬가지지만 예전에 여자들 써먹기 좀 불편하단 인식 누구나 했을거다. 요즘엔 여성 채용도 늘고 또 트렌드 자체가 여성, 남

성 구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여성인력 활용문제는 숙제같다.”

기업으로부터는 한결같이 최근에는 여성인력 활용이 늘고 주요 포스트에 많이 포진해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7월 22일 발표된 한국여성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아직도 공공기관의 경우 채용 관행의 불평등이 여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사담당자들은 동일자격자에 대한 최초 임용배치시 남녀차별이 있다는 응답이 33%, 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주변적이고 보조적인 업무배치를 했다는 응답이 34%였다. 그 외에는 남녀차별이 별로 없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최초 임용배치시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이 78.5%였고 근무성적, 인사고과에서의 남녀차별을 느꼈다는 응답이 64.5%에 달했다.

최근 삼성, 엘지 등 대기업들이 여성인력을 대폭 늘리겠다는 발표를 하는 등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는 여성 환영을 외치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여성들에게는 아직 피부에 닿지 않는 낯선 소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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