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삶 둘러싼 진실과 거짓

왜 많은 여성 전기 속에서 영국의 유명한 여성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잘 보살펴주는 남편에게 한없이 의존하는 병든 여인’으로, 천재적 재능을 가진 무용가이자 작가인 젤다는 ‘피츠 제랄드의 정신병 걸린 신경쇠약증 아내’ 이미지로 각인되는가.

신간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면>(캐롤린 하이브런 지음/여성신문사/1만3천원)은 무수한 전기나 자서전 속에서 여자의 인생이 어떻게 조작돼 왔는지를 드러낸다.

@25-1.jpg

저자는 전형적인 여성의 삶을 벗어나 ‘전혀 다른 존재’가 되고자 했던 많은 여성들의 삶이 전기작가들에 의해 임의로 삭제되거나 왜곡됐음을 고발한다. 전기작가들에게 이들 여성들의 욕망과 삶은 금기시돼 왔던 지극히 ‘낯선 것’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 작가들은 불편함을 느끼며 여성들을 비정상적이고 괴물같은 존재로 그려내거나 과감히 생략해 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 스스로도 자신의 인생을 기술할 때 ‘여성답지 못한’ 야망과 성취를 이뤄온 자신의 역사를 사회에 여과없이 드러내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25-2.jpg

동시에 이 책은 남성들이 만든 전통적 여성의 삶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자 했던 여성들 내면의 갈등과 삶의 궤적을 세밀하게 잡아낸다. 활동하기 편한 남장을 하고 다니거나 같은 여성을 사랑했던 조르주 상드,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유부남과 공공연하게 동거생활을 했던 조지 엘리엇, 여성끼리의 관계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우정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보여줬던 영국의 작가 베라 브리튼과 위니프레드 홀트비 등 유명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조망하면서 기존 전기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여성들의 야망, 결혼, 여성의 우정과 사랑, 노년 등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대안적 여성 전기의 방향 제시

아이들이 자라면서 글을 깨우친 후 가장 많이 접하는 책은 아마도 위인전기나 자서전일 것이다. 전기문이란 무릇 먼저 살아온 위대한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고 모범이 될만한 열정과 용기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동적인 인생역전 ‘탐색 플롯’의 주인공은 남성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전기문의 스토리에 동화되기 위해서 많은 여성 독자들은 자아분열에 빠지며 남자가 되거나 여성에게 허용된 단 하나의 내러티브(서사)인 관습적 결혼이나 ‘성애적 플롯’으로 점철된 여성들의 이야기에 싱겁게 동화돼야 한다.

따라서 작가는 “여성의 삶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발명 혹은 발견되던가 아니면 다시 씌여져야 한다”고 지적하며 여성의 삶을 기술하는 내러티브와 어조, 그리고 여성언어에 대한 페미니즘적 고찰까지 나아간다. 여성의 억압과 욕망을 설명하거나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종전의 남성적 언어체계와는 다른 여성적 서사구조와 플롯,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성 인물의 인생 뒤에 숨어있는 여러 과정과 결정, 선택과 고통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적 접근을 통해 대안적 여성 전기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면? 버지니아 울프의 예측대로 그 가상의 누이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극작가의 꿈을 안은 채 세상의 모멸과 남성들의 기만 속에서 자살했을 것이며 그 질곡 속에서 탄생한 위대한 작품과 그녀의 인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여성에게 허용되지 않은 욕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또한 그 욕구를 설명할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아직 이 질문은 유효하다. 그리고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며 과정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여성인지 의심스러운 여성’이 되는 용기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는 이 책은 많은 여성들의 삶에 열린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저자 캐롤린 하이브런

미국의 캐롤린 하일브런은 페미니즘 시각에서 영미의 문학작품을 비평하는 데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문학 비평가이며 여성전기와 자서전 연구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하일브런은 <여성성의 재정의> 집필을 시작으로 ‘전기’와 ‘자서전’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사적인 어조의 글쓰기 방식을 시도했다. 그 외 <여성의 교육: 글로리아 스테이넘의 일생> <노년의 선물> 등의 저서가 있다. 그는 또한 아만드 크로스라는 필명으로 12권의 탐정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는 여성 탐정소설 작가들에 관한 책을 준비중이다.

문이 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