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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여성학 도입의 역사는 1974년 크리스찬 아카데미가 실시한 여성사회교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75년 유엔 여성대회를 계기로 77년 이화여대에 첫 여성학 강좌가 개설됐고 84년 한국여성학회의 설립으로 여성학 지식 생산이 본격화됐다. 최근 한국 여성학의 흐름은 한국 여성의 특수한 경험을 설명하는 이론적 작업과 동시에 아시아 여성들의 역사적·문화적 동질성과 다양성을 설명하는 ‘아시아 여성학’ 논의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아시아 여성학을 넘어 세계여성학으로 발돋움하려는 한국여성학회 회장 조옥라 교수를 만났다.

- 2005년 차기 세계여성학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메릴랜드 대학 여성학과장인 클레어 모세에게서 차기 세계여성학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클레어 모세는 세계여성학회의 조직기구인 WOWS(World Wide Organization for Women's Studies) 위원 중 한명이다. 한국에 돌아와 한국여성학회 운영위원들에게 얘기했더니 우리도 할만하지 않느냐는 반응들이 많았다. 춘계학술대회 때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후 정식으로 제안서를 써서 WOWS에 보냈다. 최종 결정은 우간다회의에서 내려질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여성학대회가 아시아에서 개최된 적이 없기 때문에 WOWS는 한국에서 회의가 열리기를 바란다.”

- 한국에서 세계여성학대회를 개최하는 의미는.

“여러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우리나라 여성문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부각시키고 지금까지의 연구와 운동 성과를 세계여성일반문제와 연결시켜 세계여성학에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여성학은 가부장제, 식민주의, 근대성 논의가 활발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구체적 경험을 드러내는 것이 세계여성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세계여성학대회에서는 제1세계의 여성문제와 제3세계의 여성문제가 서로 격돌한다. 그런데 한국은 특수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남북으로 대변되는 이러한 지적(知的) 분리를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여성학대회에는 다양한 전공분야의 학자들뿐 아니라 활동가들도 참가한다.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 학생들, 젊은 학자들, 활동가들이 국제적 감각을 키우고 세계무대로 도약할 좋은 기회다. 또한 세계의 여성

학자들에게 우리나라를 소개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 세계여성학대회가 국내 일반인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물론이다. 유엔이 1975년을 ‘여성의 해’로 정한 후 5년마다 세계여성대회를 가졌는데 이를 통해 주변적이던 여성문제를 국제사회의 중심 의제로 상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반인들도 여성문제를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게 됐다. 그런데 95년 북경대회를 끝으로 유엔 여성대회는 막을 내렸고 이제 세계여성학대회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한국에서 이런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면 일반인들은 여성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세계가 한국의 여성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 우리 정부에 압력이 될 것이다.”

-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지난해 11월 유치위원회(장필화, 김현미, 조옥라, 박영혜, 이영자 교수)를 구성해 준비하다가 유치위원회만으로는 힘들어 여성학회 18대 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유치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준비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재정을 마련하는 일이다. 국회 여성특위와 국제교류재단, 기업 등 몇곳에 제안을 했는데 모두 호의적이지만 아직까지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은 국제대회 경험이 적기 때문에 대회 전까지 여성학회 이름으로 다른 국제대회도 개최해보고 다른 나라의 국제대회에도 참가하려고 한다. 남아있는 3년의 기간동안 점진적으로 철저하게 준비해 세계여성학대회가 우리에게 부담이 아니라 축제가 되도록 하고 싶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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