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여성들 취업으로 발언권 커져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건강은 갈수록 악화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베일과 가정에 갇혀 살던 이들의 전통적 삶과 남녀관계가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민스 e뉴스는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의류산업에 종사하는 방글라데시 여성은 130만명 정도다. 방글라데시 개발연구기구는 의류공장의 여성노동자 숫자가 1990년 28%에서 올해에는 85%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방글라데시 개발연구기구의 연구원 프라티마 파울 마윰다르는 “가족내 의사결정에서 여성을 제외시킬 만큼 가부장적이던 사회가 여성이 돈을 벌어옴에 따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돈을 벌 수 있게 된 여성들은 자아정체감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수입 중 25%를 집으로 보내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 발언권이 커졌다.

또 남은 돈으로 은행 계좌를 만들고 직접 돈을 쓰는 경험도 하게 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남성의 73%는 자신의 수입을 집으로 보내지 않는다. 그러나 딸이 공장에서 일함에 따라 이들 가족의 43%는 벽돌집에서 살게 됐다. 딸들이 일하기 전까지 벽돌집에 사는 남성노동자의 가족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여성들은 또 혼자 외출하는 것은 물론 가족과 떨어져 동료 여성과 살 수 있게 됐다. 일을 하려면 지방에서 도시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있는 의류공장 여성들 중 74%는 지방에서 왔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여성 혼자 사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류공장 여성을 위한 조직인 여성촉진센터 대표 마슈다 세퍼리 카툰은 “2000년에 여성노동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52%가 남편이 집안일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며 “9년전만 해도 남성은 가사노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이 주로 돈을 벌면 남성이 하루에 4시간 정도 집안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의류공장 여성들의 60%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 1991년에 평균 결혼연령은 16세였으나 2000년에는 20세가 됐으며 초산 연령도 1991년 17세에서 2000년에는 22세로 늦춰졌다.

그러나 이들의 대다수가 위험한 환경에서 노역에 시달리고 있어 문제다. 의류공장 소유주들은 이 여성들이 몸이 망가지더라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일 것이란 사실을 알고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

여성촉진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류공장 여성노동자의 66%는 일을 시작한 이래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호흡기 질환과 지속적인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랜 기간 특정한 동작만 하는데다 깨끗한 화장실과 적절한 환기시설이 없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사회변화로 여성들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많은 여성들은 이제 딸에게 좀더 공부해서 미래를 설계하라고 말한다.

마제다 베검(38)은 “딸이 원하는 만큼 공부했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좋은 직업을 가지길 바란다. 그 애에게 나처럼 결혼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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