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팅 위협이 큰 관건 … 교육·홍보에 주력

여성 동성애자 사회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반성폭력 네트워크(이하 반성폭력 네트워크)가 결성돼 활동에 들어갔다.

여성 동성애자 간에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것은 작년 6월 한국여성성적소수자 인권모임 ‘끼리끼리’가 주최한 ‘여성성적소수자 커뮤니티 안의 성폭력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서다. ‘끼리끼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성폭력 사례들을 유형별로 공개하는 한편 동성 간 성폭력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여성 동성애자 사회에서 성폭력을 방치하고 있는 문화를 점검했다. 이어 11월에는 ‘여성이반 사회 안의 성폭력 근절 결의대회’를 열어 해결책을 모색했다.

여성 동성애자들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로 꼽은 것은 ‘교육·홍보’를 통해 동성 간 성폭력이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에 대해 알려나가자는 것이다. 한 토론회 참가자는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만약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이 성폭력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여성동성애자 간 성폭력 사건의 80% 정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초 ‘끼리끼리’와 부산경남 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안전지대’ 레즈비언 커뮤니티 ‘니아까’ ‘엘비시티’ ‘버디친구닷컴’ 그리고 대학 레즈비언 모임 등은 ‘반성폭력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몇 차례 모임을 가졌으며 지난 11일 인터넷 사이트(www.kirikiri.org/network)를 개설했다.

반성폭력 네트워크는 성폭력 사례를 접수받고 피해자를 상담·보호하며 커뮤니티 내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가해자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필요할 때에는 유관단체와 연계하거나 법적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전체 여성 동성애자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성폭력 개념과 예방을 위한 지침을 마련·홍보하고 있다.

반성폭력 네트워크 측은 “동성간 성폭력은 법적으로 제대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도 미흡해 해결이 어렵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아웃팅(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주위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행위)의 위협 때문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일반 상담단체에 상담 요청하기를 꺼려한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반성폭력 네트워크의 성폭력 근절을 위한 활동은 가해자를 상대로 한 대응 이외에도 상담단체나 경찰, 법조인들의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게 하는 교육·홍보활동이 함께 이루어질 계획이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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