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성의 인권향상이라는 주제로 말문을 트는 여성활동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했다. 다수의 남성들은 오늘도 여성들의 인권은 충분하게 보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이제는 여권이 아닌 남권을 외쳐도 될 만큼 여권은 신장되지 않았느냐고, 본원적인 억압인 체제억압을 보지 않으려는 여권신장론은 이기적인 ‘론’일 뿐이라고 반문한다.

과연 그럴까. 정말 우리 사회 여성의 인권은 충분하게 보장되고 있는가.

두 가지 예만 살펴보자. 우리 나라 부부 10쌍 중 3쌍이 가정폭력을 겪고 있으며 남편 3명 중 1명이 한 해에 1회 이상 아내를 구타하고 있다고 한다.

가정폭력방지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가정 내에서 일어난 명백한 폭력을 범죄시하지 않는 경향, 가정사를 사적인 것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가시화되지 않은 가정폭력의 경우까지 합치면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비율은 몇배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성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01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1년 2천869건의 성폭력 피해상담이 접수됐다. 이는 2000년에 2천307건에 비해 15.16% 증가한 수치다. 피해여성의 77.5%는 ‘아는 남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여권신장론 자체가 불편하고 불필요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고 성폭력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불행하게도 성매매 산업은 국가의 방임·장려의 결과 날로 확장·발전하는 추세고 1차 피해자는 다름 아닌 여성이다.

우리 사회에는 각종 억압이 존재한다. 그것은 노동자와 자본가로 일컬어지는 계급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빈부라는 이름으로도 표현되고 체제라는 이름으로도 표현된다. 많은 이들은 여성의 문제 역시 계급문제, 빈부문제, 체제문제가 해결되면 자연 치유될 무엇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여성의 문제는 그 모든 것들이 해결된다해도 완성되지

않을 무엇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의 남성중심적인 가부장제가 존속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소위 ‘진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남성 활동가와 지식인들이 여성에게 가하는 성폭력 문제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여성의 입장에서 충분히 ‘주류’로 비춰지는 운동계와 학계의 반여성주의적 시각을 잘 표현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100인위원회’ 활동과 ‘노력하지 않는 마초 김규항 사건’이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여성억압의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즉, 우리가 아무리 아름다운 사회의 핑크빛 미래에 대해 예언하고 체제 전복의 꿈을 꾼다해도 함께 가야 할 2분의 1의 동지, 그녀들의 삶이 투영되지 않은 예언과 꿈은 허상일 뿐이다. 아니, 그것은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이 되고 말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매맞지 않을 권리,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지 않을 권리, 몸을 팔리지 않을 권리,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 권리, 노동시장에서 퇴출 순위 1위가 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려 하지 않는 수많은 예언과 꿈들은 우리에겐 희망일 수 없다.

‘너’와 ‘나’가 ‘우리’가 돼 공존할 수 있는 사회. 우리가 희망하는 우리들 공동체의 모습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꿈꾸고 실현하고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이어야 한다. 우리가 함께 꿈꿀 수 있기 위해서는 여성문제를, 여성현실을 지금 바로 이 곳에서 안고 가야하는 문제,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바로 ‘나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희망’의 시작은 ‘공존’이다.

박수진/군포여성민우회 실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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