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 발언 유감

“신학을 전공한 사람이 어떻게 국정을 책임질 수 있겠나, 서해교전으로 한창 시끄러운데 이런 때 대통령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여자가 그 막중한 국방을 어떻게 책임지나 하면서 기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거기에 한 마디 거든 것 뿐이지 결코 여성을 비하할 그런 사람은 아니예요.” 대통령의 유고 가능성과 여성 총리의 국정 수행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해서 물의를 빚은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질문하자 한나라당의 한 여성 의원은 이렇게 답변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ㅎ신문에 “대통령이 유고될 경우 어떻게 여성총리에게 국방 등 국정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겠는가. 장 신임 총리서리는 아들 국적문제도 그렇지만 이런 면에서 그가 선임된 것은 아주 문제가 심각하다. 한나라당이 이런 정황을 묶어 장 신임 총리서리의 선임 부당성을 제기할까도 고려했지만 여성유권자들의 반응이 이렇게 좋은 상태에서 대놓고 반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양한 방안을 놓고 장 신임 총리서리의 선임이 적절한지를 철저하게 따질 것이다”라고 보도되면서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같은 김무성 의원의 발언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공당의 국회의원이 ‘여성 총리는 대통령 유고시에 국정 수행을 할 수 없다’는 식의 성차별적 발언을 할 수 있는가”라며 분개했고 “김 의원의 여성관을 검증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여성이 군 통수권을 가질 수 없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여성들로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발언”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원내 제1당 대통령후보 비서실장이 대통령 유고 운운하며 발언한 진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그는 15일 비서실장직을 사퇴하면서 대통령 유고 발언에 대해서 사과했다.

김무성 의원이 누군가. 올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에서 여성 구청장을 탄생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장본인이 아니던가. 그는 한나라당의 여성정책에 총대를 메고 먼저 실천에 옮기겠다고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구당위원장으로 후보를 돕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김 의원은 지구당 사무실을 선거사무실로 제공하고 퇴약볕에도 무개차를 타고 전상수 후보의 남구청장 당선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렇게 그가 보여준 여성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에 여성계는 ‘남녀평등정치인상’을 안겨줬다.

이 대목에서 여자가 구청장은 해도 총리는 못한다는 소리냐는 식의 딴지를 걸고 싶지 않다. 육·해·공군에 금녀의 벽이 무너진 지 이미 너무 오래됐다는 말도 구차하다.

문제는 사담처럼 주고 받았다는 대화의 내용이다. 만약 신임 국무총리에 ‘신학을 전공했고 대학 총장을 6년동안 역임했던 남성’이 지명됐다고 해도 이런 식의 호들갑스런 반응이 나왔을까 하는 것이다.

동네 살림하는 여성 구청장 한 사람 만들어 내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음을 김무성 의원은 누구보다도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하물며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임에랴. 차라리 기자들의 쓸데없는 입방아에 “여성의 냉철하고 합리적인 판단 능력을 믿어보라”고 점잖게 한 마디 해줬다면 어땠을까. 아직까지도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남성우월주의의 단면을 보는 듯해서 씁쓸하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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