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헐뜯을 게 아니라 이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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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아 등 모성보호에도 불구 여성차별 만연

북한에 대한 정치적 공격대신 지원 넓혀야

북한에서 시인으로 활동하다 1998년 7월 탈북해 1999년 11월 남한에 온 최진이씨(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 석사과정)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선 먼저 북한사람들과의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북한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사회상과 여성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한 사람이자 여성학도인 그를 만났다.

- 평양에서 오셨다고 했는데 평양은 잘 사는 곳이고 타 지역과는 다르다고 들었다.

“평양이라고 다 잘 사는 게 아니라 40%는 하층이고 이들은 아사상태라고 보면 된다. 나머지 중에 20%가 중간층이고 40%가 상층이다. 평양은 통제가 매우 심하다. 배급이 끊겨도 세대주인 남자들은 직장을 그만 둘 수가 없어 여자들이 장사를 해서 겨우 끼니를 잇는다. 여기서 추방당하면 맨땅에 가서 터를 잡으라고 하는 것인데 그건 죽음이기 때문에 모두들 두려워한다.”

- 통제가 심하다고 하지만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지 않나.

“물론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많은 것들이 함께 무너졌다. 이미 다들 장사에 나섰고 시장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감시체계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을 두 사람이 감시할 정도라 가족도 못 믿을 정도다.”

- 북한주민들은 남한에 대해 그리고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남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잘 산다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인간을 모르니까 잘 산다는 게 뭔지 모른다. 일반백성에게 통일은 너무나 시급한 문제다. 굶고 있는 상태에선 통일이 어떤 부작용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도 못 한다. 나도 그랬다. 지금은 통일이 무리라는 말에도 일리가 있단 생각이 드는 것으로 보아 배가 좀 부른 건가 보다.”

- 방북한 사람들은 북한주민들의 이념이 투철하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계층에 따라 다르겠지만 체제에 대한 불신이 심해 군장성에게까지 신뢰를 잃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85년부터 군도 자력갱생하라고 명령이 떨어지면서 군부대도 소금과 기름이 없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은 결코 실상을 알 수 없다. 외부인과 만나면 당장 감시에 걸려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밖에 안 든다. 게다가 우린 나면서부터 개인이 국가의 정통성을 대표하도록 훈련됐다. 정치이데올로기에 의해 갖게된 이중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 북한사람들이 말을 잘 한다고들 하는데 고등교육까지 의무교육이기 때문인가.

“모르는 얘기다. 북한사람들은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나도 이 곳에 와서 말하는 법을 몰라 고생했다. 다만 공적인 발언, 정해진 말만 완벽하게 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사람이 온다고 하면 예상질문 100개와 그에 대한 답을 달달 외우게 해서 그대로 말하게 할 정도다. 임수경씨가 와서 똑똑하고 자유롭게 발언하는 걸보고 북한의 대학생들이 가슴을 쳤었다.”

- 북한은 탁아 등 모성보호를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북한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여성들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탁아를 국가가 책임진 것은 큰 성과지만 여성들의 자아존중이나 인격의 차원은 건드리지 못했다. 가정의 일은 여전히 여성들의 몫이다. 가사일 분담은 전혀 안돼 있고 지방일수록 더 심하다. 생각해 보라. 여기처럼 세탁기가 있고 전기밥통이 있는 곳도 아닌데 밖에서 남성과 똑같이 일하는 여성들이 집에 들어와서 땔감 구해오고 빨래하고 밥하고 하는 것이 얼마나 고생이겠나. 여성성이나 남성성에 대한 관습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조선여성의 미덕’이라는 발언이 공공연하다.”

- 북한도 남한처럼 남아선호사상이 강한가.

“남아선호사상은 이제 빛이 바랬다고 봐야 한다. 80대까지만 해도 아들 꼭 낳아야한다고 했지만 식량난이 겹치면서 딸들이 더 살뜰하고 부모 생각하는 맘이 더 강하니까 ‘딸 없는 집 여자는 국제고아다’란 말도 생겼다. 사실 아들을 원하는 것은 아들을 통해 자본이 분배되기 때문 아닌가. 분배될 자본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 여성에 대한 성희롱·성폭행·성상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안다.

“성희롱이란 건 나도 여기 와서 3년 후에야 그 개념이 잡혔다. 성희롱 성폭행이 난무하다. 성상납은 도약하는 여성들에겐 통과의례로 되어 있다. 그것이 인권유린이란 생각도 못 해봤다. 국경지대는 인신매매가 흥행하고 중앙당에는 외국인용 사창가가 있다. 거기 말고도 남자들이 사무실이나 집에 데려가서 엘리트여성에게 성상납을 받는 일도 많다.”

- 탈북한 사람들 중에는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진이씨의 견해는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햇볕정책이 옳다고 생각한다. 모 언론처럼 우리가 이거 하면 너희도 이거 해라는 식은 아니라고 본다. 지원을 넓혀서 아사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만 햇볕정책을 취한다고 하면서도 우린 아직도 상대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서로 헐뜯는 말을 할 게 아니라 사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치적 공격은 아이들 싸움처럼 유치한 짓이라 생각한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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