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사 성폭력 사건 때만 논란 불거진다’ 꼬집어

지난 2일 포켓당구계(영국에서는 인기 있는 스포츠로 TV 중계까지 한다)의 스타 퀸텐 한(Quinten Hann)이 21세의 여대생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돼 열린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 언론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여러 가지 토론과 논란이 있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 미러(Daily Mirror)’는 재판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가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성폭력 가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라는 주장에 가려진 중요한 사실들을 상기시켰다.

먼저 이런 논란은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남성이 성폭력 사건에 휘말리다 법정에서 결백이 입증됐을 때마다 나타났다. 무죄판결 전에 언론은(특히 ‘데일리 미러’나 ‘더 선’ 같은 대중지) 앞다퉈 사건을 기사화해 놓고선 무죄판결을 받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의 편이 됐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원칙적으로 다른 형사사건의 피고인이나 가해자에게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는데 성폭력 가해자에게 유독 익명성을 보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동살해범에게는 성폭력범 이상으로 사회의 비난과 낙인이 찍히지만 재판과정에서 그들에게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주장에는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진술에 많은 거짓이 있어 이로부터 남성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숨어있다. 서섹스 대학의 제니퍼 템킨 교수는 이런 논리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까지 성폭력에 대한 진술에 다른 형사사건보다 거짓이나 과실이 더 많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 조사과정과 법정에서 피해여성들이 겪는 심리적 충격, 사회적 비난 등을 생각하면 어떤 여성도 일부러 거짓으로 신고하고 진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영국에서 성폭력 사건을 신고한 숫자는 올라갔어도 실제로 형을 집행한 숫자는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1985년에서 1997년 사이에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성폭력 및 강간 신고는 3배나 증가했다.

또 다른 의미있는 통계에 따르면 1977년에 신고된 성폭력 사건 중 실제로 형이 집행된 비율은 33%였으나 현재는 이 비율이 7.35%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최근 성폭력 사건은 많은 경우 면식이 없는 남성이 갑자기 공격해 생기기보다는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성행위에 대해 서로 충분히 동의했는지 밝혀내기가 매우 까다롭다.

특히 상대 남성이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인물일 경우 성폭력 사건의 책임이 피해여성에게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여부를 법정에서 밝히는 데 급급해져 사건의 본질을 흐릴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피해여성이 술에 취해 있었다, 스트립 댄서였다’하면서 성폭력을 당할 만했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실을 고려한다면 법정에서 성폭력 가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자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 신고된 성폭력 사건을 조사·해결해 가해자가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가디언은 제안했다.

이주영/영국 통신원에섹스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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