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폭력 이길 수 있습니다”

~4-5.jpg

“비폭력 개입이란 비무장한 시민들이 분쟁지역에 가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비폭력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에워싸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부나 군부는 외국인들 앞에서 그 사람들을 죽이거나 때리지 못합니다. 또 이런 행동은 국제사회가 분쟁지역을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런 식의 감시를 통해 분쟁지역의 폭력을 줄이고 갈등을 예방하는 것이 바로 비폭력 개입입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만난 아키히코 기미지마 교수는 일본의 평화운동가이자 평화헌법 전문가다. 그는 모임에 참석한 한국의 평화운동가들에게 ‘비폭력 개입’이라는 다소 생소한 평화운동을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1981년 국제평화단(Peace Brigades International)이라는 평화운동단체가 생긴 후 2년 뒤 콰테말라에서 비폭력 개입을 처음 시도했습니다. 그후 니카라구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코소보 등 여러 분쟁지역에 개입했어요. 하지만 그 수가 10∼20명으로 작은 규모다보니 전쟁이라는 폭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우리가 코소보에 갔을 때 1천명 정도가 들어갔더라면 발칸반도에서의 폭력적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

이런 고민 끝에 세계 평화운동가들은 1999년 헤이그 평화회의에서 분쟁지역에 1백∼1천명 정도의 대규모 비무장 시민을 보내기 위한 ‘비폭력평화세력(Nonviolent Peaceforce)’을 만들기로 했다. 기미지마 교수는 현재 비폭력평화세력 국제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11월 말 델리에서 창립총회를 가진 후 본격적으로 지원자들을 모아 훈련을 할 계획입니다. 파견지역은 스리랑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콜롬비아 등이 될 겁니다.”

파견지역에 원래는 한국도 포함됐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번에는 제외됐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국은 고려대상이라고 덧붙이는 기미지마 교수는 세계가 갈등지역과 평화지역으로 양분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구분이 세계경제체제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에 비폭력평화세력은 비폭력 개입과 같은 평화운동뿐 아니라 세계가 구조화되는 방식을 개혁하는데도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기미지마 교수는 또한 일본의 평화헌법 9조와 관련해 동아시아에 평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들을 이야기했다. 그는 현재 일본의 자위대 파병이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하며 일본의 자위대를 ‘국제재난구조대’로 해체, 전환해 군대가 아닌 민간인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일본내에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일본 시민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명분 하에 진행되는 주변법제와 미·일 군사동맹에 대해서도 그는 비판적이다.

“군사위협은 대개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재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보입니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