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에 새바람 몰고 온 전시기획팀 바바(VAVA)

“자,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여기 이 이상한 냉장고를 처음으로 공개하려 한다. 냉장고의 문을 여는 순간 여러분은 내용물을 앞에 두고서 조금은 어색해 하거나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익숙하지 않음’ 때문이라면 염려하지 말 것. 우리의 체험은 언제나 새로움을 향한 도전과 비례해 풍부해지지 않았던가.”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이 도발적인 메시지의 주인공 바바(VAVA)는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조형예술학 전공의 석사 과정생인 김현수, 박혜은, 유희원, 윤정원, 최유미 5인의 여성으로 구성된 전시기획팀이다. 바바는 비주얼 아트 비주얼 액티비티(Visual Art & Visual Activity)의 머리글자를 딴 것.

@25-1.jpg

▶(좌로부터) 유희원, 윤정원, 최유미, 박혜은, 김현수. <사진·유영민>

후덥지근한 여름 한낮 이들 바바가 이상한 냉장고를 내밀고 있다. 그들의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의 첫번째 무대인 <냉장고를 열다 #1>전이 바로 그것이다. “동시대 미술계 안에서 새로운 숨을 쉬기 시작한 신진 작가들의 생생한 움직임을 젊은 관점으로 포착해 차별화된 영역을 제시해 보겠다”라는 것이 전시회의 기획의도.

냉장고안에 작품이(?) 그득

냉장고를 열면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신선함을 최적의 온도로 유지하며 살아있다. 냉장고는 신인들의 신선한 작품 보관창고인 셈이다. 시원하고 신선한 먹을거리가 가득한 공간, 이 ‘냉장고’를 내미는 데 6개월 가량의 준비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스터디를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동시대 미술 속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했어요. 그런 작품들이 ‘왜 떴을까’에 대해 함께 고민하다보니 몇 가지 경향들이 잡히더라구요. 그렇다면 이 다음 세대들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고 현재 작업을 하고 있는 신인작가들을 발굴해 보자는 제안까지 이어졌어요.”

경향분석을 기반으로 이들이 선정한 신진작가들은 뉴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작가, 동적인 작품세계를 가진 작가, 프로젝트 그룹의 개념으로 공동작업을 하는 팀, 메시지를 친숙한 방식으로 꾸준히 담아내는 작가, 실험방식이 돋보이는 작가 등 그 스펙트럼의 폭이 넓다. 무엇보다 이들 신진작가들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재미’다.

“미술이 너무 재미없는 문화가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젊은 작가들은 재미있게 자라왔거든요. 재미없는 걸 할 수가 없어요. 자기가 평소 가지고 노는 것, 일상적 재미를 작품으로 담아내기도 하죠. ‘작가와 작품의 브랜드화’가 경향으로 짚일 정도로 ‘튀는 것’‘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기획해요. 신진작가들의 경우 ‘재밌다’라는 평가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멋있다’보다.”

이들의 고민은 이런 ‘재미’를 관객과 함께 공유하는 데 있다. 미술학도인 이들 다섯 여성은 각각 조금씩 다른 전망을 가지고 있지만 미술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는 거리감을 좁히고 소통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싶다는 의지는 공통적이다.

“작품을 한다는 건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잖아요. 따라서 대중은 아주 중요하죠. 지하철 프로젝트나 다양한 대안공간 운동들이 진행되면서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술은 만화나 영화만큼 대중화된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작가가 원하는 것을 공유하거나 적극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진 못해요. 과도기죠. 그래서 여러 가지 노력이 더 필요하고 저희도 그런 작업을 해 나가려고 해요.”

이들은 ‘고상한 것, 조금은 고루하며 난해한 것’으로 인식돼 있는 미술 영역의 대중적 확장을 꾀한다. 이런 대중화 작업은 직업군이 다양하지 않은 미술계의 발전으로도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전망이다.

“미술계에는 고급인력이 많지만 하는 일은 매우 잡다해요. 보수나 대가도 열악하고. 미술계 역시 분업화가 이루어져야 해요. 기획 경영 행정 등 전문화가 필요하죠. 성장을 하려면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잖아요. 무엇보다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확장이 중요하죠.”

첫 기획전을 마친 이들은 지속적으로 신진작가들을 발굴해 나가며 이들의 작품이 관객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보여질 수 있도록 ‘통로를 트는’ 기획전을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다. “아직은 모두 철이 없다”며 까르르 웃는 그들이지만 “끝까지 살아남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다부진 다짐만은 사뭇 진지하다.

<냉장고 열다 #1>. ‘#1’의 의미는 계속될 ‘#2, #3…’를 예고한다. 이어질 다음 신들이 기대된다.

문이 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