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올 더 킹즈 맨

여성 정치인이 주인공인 영화는 <엘리자베스> <미세스 브라운> <서태후> <캐서린 제타 존스의 그레이트> <주홍의 여왕>과 같은 역사, 전기물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여성 정치참모는 현대극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 여황제나 여성 참모는 돈과 술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 한편 위의 시대극이나 현대 정치 드라마를 보고 나면 정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졌던 여성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참여의 기회가 있다면 여성도 충분히 정치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여성 정치참모가 등장하는 영화로는 로버트 로센의 1949년 작인 <올 더 킹즈 맨 All the King’s Men>(15세, 콜럼비아, DVD)을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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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로버트 펜 워렌의 소설을 영화화한 정치 드라마의 고전이다. 당시 루이지애나 주지사였던 휴이 롱을 모델로 한 소설은 큰 화제가 되었고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던 로센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 출신 경력을 살려 멋지게 각색하고 연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흑백 영화다.

영화는 맨주먹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농사꾼 출신 윌리 스탁(브로데릭 크로포드)이 실패를 교훈 삼아 술수에 눈을 떠 주지사에 당선되고 대통령을 꿈꾸게 되기까지를 그리고 있다. 정적에 의해 교사직에서 강제 해임돼 남편의 대학 졸업을 위해 개인 교습까지 마다 않던 정의로운 아내, 입양한 아들의 불구까지 이용하게 된 윌리의 성공 뒤에는 새디 버크(멜세데스 멕켄브리지)라는 일급 여성 참모가 있다. 어리숙한 윌리를 경쟁자로 내세워 주지사 당선을 노린 노련한 정치인의 참모인 새디는 거짓으로 윌리를 돕다가 그가 현실 정치에 눈을 뜨고 야심을 키우자 진짜 참모가 돼 정치판에서 익힌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 과정에서 새디는 윌리의 바람기에 질투하며 자신의 남성적인 외모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윌리의 타락을 견제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꿈을 자신의 꿈과 동일시하는 새디의 모습은 윌리 못지 않게 위협적이다.

새디 역을 강하게 부각시킨 데에는 이 영화로 데뷔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멜세데스 맥켄브리지의 공로가 크다. <자니 키타>에서 조안 크로포드와 대결하던 서부 여걸, <자이안트>에선 록 허드슨의 당찬 누이,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매서운 간호 장교, <엑소시스트>의 악마 음성을 맡았던 이가 맥켄브리지다.

옥선희/ 비디오·DVD 칼럼니스트 oksunn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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