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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한민족여성네트워크 평화 부분 토론회장에서 만난 주재순씨. 그는 독일 이주민여성상담소 ‘아기스라’ 대표로 독일 내 이주민 여성들의 인권문제를 알리기 위해 한국에 왔다. 쾰른에 있는 이주여성상담소 ‘아기스라’는 80년대 초반에 설립된 단체로 독일에 사는 피난민 여성, 이주민 여성, 흑인 여성, 유태인 여성들을 위해 활동한다. 아기스라에서 활동하는 상근 비상근직 포함 16명 중 한국인은 주재순씨 혼자다.

간호사로 독일에 간 지 20년이 넘은 그는 5년간의 간호사 생활을 접고 교육학을 공부한 후 가족부부 상담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재독 한국여성모임에서 여성인권, 노동, 환경운동을 하다 지난 96년부터 아기스라에서 성, 인간차별 반대운동, 상담, 치료활동,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독일사회 내에서는 이주여성들의 인신매매와 강제매춘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는 주재순씨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친지도 없는 낯선 곳에서 취업을 위해 온 외국인 여성들은 성노예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불법체류와 매춘이라는 범죄인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80년대 초반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남성들이 동남아시아 쪽에 매춘관광을 많이 다녀오면서 아시아 여성들은 모두 온순하고 말 잘 듣는 매춘부인 것처럼 떠들고 다녔다. 이런 의식이 아직도 팽배해 결혼을 미끼로 독일로 데려온 외국여성들의 여권을 뺏고 감금한 채 매춘을 강요하고 있다”

주재순씨는 강제매춘을 근절하기 위해 인신매매에 대한 개념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강제매춘을 강요하는 남성들도 인신매매범으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오히려 희생자인 여성들이 범죄자로 몰려 추방당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인신매매와 강제매춘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인신매매는 이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더욱더 교묘하게 범죄가 이루어지고 곧바로 매춘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법이 많이 바뀌어 피해 여성들이 증언만 하면 체류허가증을 내주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주민 여성들을 단순히 피해자로서 불쌍하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

국내에서도 여성부를 중심으로 외국인 여성의 여권 압류 행위를 방지하는 등의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하자 주재순씨는 “독일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고 외국인 여성들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한 좋은 조처이지만 문제는 가짜 여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법을 지키는 것 같지만 그 뒤에는 여성들에 대한 압박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 있는 대책이 추가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재순씨는 “현재 아기스라에서는 이주민 여성들에게 체류허가증과 함께 취업허가증도 발급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고 인신매매의 범위를 넓혀 감금매춘 뿐만 아니라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는 식모살이까지 법으로 단속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을 계획이다. 또 반드시 독일남성과 결혼해 2년을 살아야 체류허가증을 발급해 주는 문제도 개정이 필요하다. 부부관계를 조직적으로 불공평하게 만드는 이 법이야말로 가부장 권력을 강화시키고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현재 독일 남자가 매춘부를 찾는 숫자는 하루 100만명이고 매춘여성은 40만명인데 그 중에서 50%가 외국여성이라고 밝힌 주재순씨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바로 여성이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인권문제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싸우는 것보다 침묵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는 주재순씨는 “가정폭력, 성폭력, 강제매춘, 강제결혼, 차별, 사회복지 등 어느 것에서도 소외된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 여성들 특히 한국여성들은 돌아가 편히 쉴 친정이 없다”고 전했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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