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한 아프가니스탄

전세계가 월드컵으로 들끓던 지난달 22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카르자이(Karsai)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새 내각이 출범했다. 이번 정부에는 아프가니스탄을 형성하고 있는 소수민족 지도자들이 적지 않게 각료로 등용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다민족국가로서 아프가니스탄이 수십년간 겪어온 민족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대통령 카르자이의 적극적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내각은 서구언론으로부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보건부 장관을 제외한 모든 각료들이 남성이어서 아프가니스탄의 여권신장을 위해 안팎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여성단체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탈레반이 물러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아프가니스탄 여성들과 각국 여성단체들은 여권신장을 위해 적극적인 로비에 나섰다. 이 노력은 ‘여성의 권리 향상’을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문제 중 하나로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따라서 새 정부가 얼마나 많은 여성을 각료로 등용할까 하는 데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다.

각료 구성에 여성이 거의 제외된 것 이외에도 실망을 안겨준 일은 또 있다. 여성부 전 장관으로 새 내각에서도 여성부장관으로 주목을 받고 있던 시마 사마르 (Sima Samar)가 이슬람극단주의자들과 보수 정치가들의 협박에 시달리다가 새 정부의 여성부장관 제의를 거부해 이 자리가 각료 발표시점까지 공석으로 남게 됐다.

여성부 전장관 사마르는 등용시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비판하고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권리향상을 과감하게 역설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비판에, 특히 여성의 비판에 전혀 익숙하지 못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사마르가 이슬람을 모독한다며 그녀를 고소했다.

법정소송은 새 내각 발표가 있던 다음날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됐다. 이 소식을 알리던 법조계 대변인은 “하지만 새로운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못박아 사마르가 앞으로 말과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고 암시했다.

사마르는 한 인권단체 대표로 거취를 옮겼다. 비어있던 여성부 장관직은 최근 다른 여성이 맡아 공백이 메워졌다. 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 뿌리 깊이 박혀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반여성주의를 상대로 여성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조한나/독일 체육대학 여성학 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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