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치연대(한국여성정치연맹,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와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는 지난 1일과 2일 각각 6·13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1일 오후 1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2002년 6·13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 발제는 이영애(단국대 법정대) 교수가, 2일 오후 2시 63빌딩 별관 3층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와 여성’ 토론회 발제는 엄태석(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가 각각 맡았다. 두 차례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리기 위한 방안들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12-1.jpg

이영애 교수는 6·13 지방선거의 특징을 낮은 투표율과 새로운 진보정당의 약진 그리고 지역감정의 변화로 요약했다. “정치 불신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낮은 투표율로 나타났으며 민주노동당이 전국 8.1%의 지지율로 제3정당으로 급성장했고 여전히 지역색이 강한 선거 결과지만 정당명부 선택에 있어서 각 당이 취약지역에서도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적절한 제도적 보완만 있다면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확보될 때에 가능해진다. 현재와 같이 여성의 정치적 과소 대표성은 구성원 전체의 이해와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여성이 지방정치에 많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엄태석 교수는 “남성중심의 정당구조,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부족 등 많은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현행 지방선거제도 자체에서 문제가 많다”며 “소선거구제도와 10%에 불과한 비례대표제, 돈이 많이 드는 선거운동방식, 정당공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영애 교수는 ▲당내 경선과정에서 여성의 대표성 확보 ▲정치에 관심있는 여성후보자들의 적극적인 당내 세력화 추진 ▲유권자운동과 후보자 발굴 및 교육 작업 추진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또 여성의 대표성 확보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의 진출기회 및 소수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선거비용을 줄여 부정부패를 제도적으로 청산하는 차원에서라도 ▲광역 비례대표 전체를 여성후보로 공천 ▲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전환 ▲완전 선거공영제 실시 등을 정당, 시민단체, 학계가 합동으로 추진할 것을 권했다.

엄 교수도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현 10% 비례대표 비율을 30∼50%로 확대하고 여성에 대한 비례대표 의석 확대 ▲선거공영제의 전면 실시 ▲여성을 위한 정치기금의 설치 ▲정당내 여성 당직 비율 확대 및 공천에 있어 여성의 우대 등을 제도적 뒷받침해야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기초의원의 경우 정당 공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는데 실질적으로 대다수 기초의원 후보자들이 내천이라는 형식으로 정당의 공천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방자치단체장 비리 주범은 ‘정당 공천’이다. 공천헌금 회수 욕심 때문에 비리를 저지른다고 하는데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관계는 상호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방의회는 정당 정책을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민생을 살피는 곳이기 때문이다.”(이현주, 양천구 목6동 구의원)

“기초의원은 동네 주민의 대리자 역할을 한다. 지역운동을 기초로 민주적 토대를 이루면서 풀뿌리 민주제도를 확장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정치 활동 속에서 주민의 권력화를 이뤄내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의원을 정당 공천하는 것은 주민과 함께 하는 풀뿌리 민주제도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민주노동당 김혜경 부대표)

후보자 난립을 막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기탁금제도가 상대적으로 선거자금이 열악한 여성과 소수정당의 선거활동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선거공영제와 여성을 위한 정치기금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자금력에서 취약한 여성들을 위해 선거공영제나 여성정치기금 외에도 선거에 출마하려는 여성후보들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 저리대출이나 기탁금에 대한 혜택 등의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엄 교수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GOP여성정치행동연맹과 엘리너 루즈벨트 재단을 설립해서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였듯 여성정치발전기금을 설립해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한 경제적 토대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의원도 “여성과 관련한 선거법, 정치자금법은 대선 후보를 상대로 한 정책토론회에서 논의되도록 해야 하고 올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국면에서 중요한 상수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자다. 조현옥(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자원봉사자는 후보자를 돕는 역할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선거에 그 스스로 나설 수 있는 학습의 장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 자원봉사자를 교육하고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깨끗한 정치를 만들고 정치 불신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경선이었다. 각 토론회마다 경선제의 폐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엄 교수는 “상향식 공천이 제대로 실시되지 못한 이유는 한국 정당의 하부구조가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과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중앙당이 지구당을 강력히 통제하기 힘들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2년 후 17대 총선에서는 각 정당마다 경선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서 경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