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3일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에서 이 마을에 사는 신효순(15. 조양중 2년), 심미선(15. 조양중 2년) 두 학생이 미2사단 소속 워커 마크(36) 병장이 운전하는 궤도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주한미군의 군사 훈련에 대한 안전조치 소홀을 들 수 있다. 도로폭보다 더 넓은 차량을 운행한 점, 탱크 교행을 시도한 점, 곳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점, 사람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계속 운행한 점등을 들 수 있다. 게다가 사고차량의 소속 부대는 캠프 하우즈(Camp Howze)로 작년 7월 미군 고압선 감전사고(전동록씨. 올해 6월 사망)가 발생한 곳이다.

이처럼 한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안전사고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해당 부대 책임자나 심지어 차량 운전병조차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아침방송에 미2사단 공보실장이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한미합동조사 결과 그 누구도 책임질 만한 사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사고에 미군측은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고 처벌받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갓길을 걸어가다 사고를 당한 두 학생의 책임이란 말인가?

이번 사고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 일이 생기는 것은 미군이 공무 수행중 벌어진 범죄에 대해 1차적 재판권을 미군당국이 행사하기 때문이다.(한미 SOFA 22조 3항)

이 조항을 악용해 미 헌병들이 개인적 폭력을 행사해도 공무중이라고 우기고(세모녀 감금 폭행사건), 과실 100%의 교통사고를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 공용차량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무중 사건(2001년 경기도 용인 교통사고)으로 처리돼 가해자 처벌이나 신속한 피해자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해 한국인 피해자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공무 중 사건이라 하더라도 한국측이 수사할 수 있지만 초동수사나 피의자 소환 등에 미군이 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사건에서 미군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한미합동조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참가한 한국 경찰이나 군인들은 자신들이 아무런 권한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재판권을 미군당국이 행사한다는 명목으로 수사권조차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군측의 협조없이 미군 피의자나 차량 등을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 경찰들은 미군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무중 사건이라 하더라도 한국당국의 수사에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를 한미 SOFA에 규정해야 한다.

현재 유가족과 사건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는 미군 책임자와 운전병을 비롯한 6인을 형사고소했으며 법무부 장관에게 재판권 포기 요청을 미군측에 제출하도록 민원도 접수해 놓았다. 한미 SOFA 22조 3항에 따르면 타방국가가 재판권 포기를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요청이 있으면 이에 호의적으로 고려하도록 돼 있어 미군당국이 재판권을 포기하면 한국이 해당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같은 부대에서 안전사고로 올해에만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대로 된 사건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런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한국 수사당국과 사법부는 SOFA 조항을 앞세워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체념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 미군의 안전불감증에 경고를 줘야 한다. 미군당국 또한 SOFA 조항의 유리한 것만 앞세우고 불리한 것은 외면하는 수법으로 사건을 무마하지 말고 신속한 재조사와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고유경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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