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험을 보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 친구 두 명과 식당에 갔다. 배가 고팠던 우리들은 밥을 급하게 먹기 시작했다. 나와 한 친구가 “오늘 영등포에서 성매매방지법 제정 캠페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다른 한 친구가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더니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잖아…”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 친구는 몇 달 전에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길음역에 갔다고 했다. 집이 지방이라 서울지리를 잘 몰라서 좀 헤맸다고 했다. “그곳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 미아삼거리 쪽 출구로 걸어가게 됐고 어떤 거리를 보게 됐는데 분위기가 뭔가 이상한 거야. 뭔가 불빛이 다르긴 했는데.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나와서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도 ‘저 사람들이 날씨가 더워서 나와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창문을 통해서 어떤 여자 얼굴을 봤어. 하얀 옷을 입고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그 표정이 너무나도 지치고 슬퍼 보였어.

그런데 그때까지도 그곳이 어디인줄 모르다가 위에 ‘19세 미만 출입금지’라고 붙은 걸 보고서야 아! 하면서 알게 됐어. 그 순간 너무 무서워서 집에 빨리 뛰어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 처음으로 세상이 정말 무서웠어. 지하철 타고 가는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전부 무서웠구. 그게 벌써 몇 달 전의 일인데도 난 누구한테도 말할 수가 없었어.

그때 너무 충격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입을 열어서 말을 한다는 거 자체가 두려웠거든. 난

그런 곳이 어디 골목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줄 알았어. 서울의 그렇게 드러나 있는 길거리에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 난 지금까지 그런 곳이 나와는 단절된,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 이후론 길음 근처에도 안가. 근데 그 언니 얼굴이 도저히 잊혀지지 않아서 아직도 가끔씩 떠올라. 정말 너무 무기력하고 너무 너무 슬퍼 보였어.”

그 친구는 솔직하게 그 기억을 말해줬다. 말을 하던 친구의 표정에 그때의 심정이 절실하게 드러났다. 비단 그 친구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와 비슷한 경험들을 적잖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나 역시 고등학교 1학년 때 충격받은 일이 있었다. 학교가 길음에 있었기 때문에 집에 오려면 미아삼거리를 거쳐야 했다.

어느 날 봉고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그곳을 봤다. 처음 보는 불빛과 전부 똑같이 하얀 옷을 입고 창가에 앉아있던 여성들. 순간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했는데 같이 타고 가던 아이들이 한두 마디씩 했다.

“어머. 저 여자들 어떡해.” “어쩌다가 저렇게 됐을까. 집에 가고 싶겠다. 너무 불쌍해.” 그렇게 말하는 그 아이들의 사고에는 이미 ‘저 사람들은 나와는 아예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이고 저 곳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랑 동떨어진 세계일 뿐이야’라는 생각이 전제돼 있는 듯 했다.

그 친구는 우리에게 입을 열어 말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느끼는 게 많은 것 같았다. 적어

도 이제는 성매매라는 것이 다른 세계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직접 깨달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것은 분명 중요한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성매매 업소를 가는 사람들은 유별난 사람들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수많은 남자들이다.

그때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아이들은 여전히 동정어린 시선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머나먼 곳이거나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성매매는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에서 행해지고 있는데…

강우 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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