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엔프라니’ 광고문구에 대한 불만

@22-1.jpg

‘스물일곱, 그녀는 피부에 투자했다. 왜, 여자가 예쁘다는 건 경쟁력이니까. 20대여 영원하라.’

이것은 화장품 회사 CJ 엔프라니의 약 2개월 전 광고문구다. 이 문구는 여성 소비자들의 항의로 회사측이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현재 이 문구는 ‘피부는 경쟁력이니까’로 수정돼 있는 상태다.

사실 나는 문구가 수정되기 전의 광고를 보진 않았다. 회사측이 다시 만든 광고, 즉 수정한 문구 ‘피부는 경쟁력이니까’를 보고 ‘어떻게 저렇게 노골적으로 여자들한테 피부관리하라고 말할 수가 있지?’하고 놀랬을 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그 전의 문구를 조금 덜 노골적으로 고쳐서 만든 것이었던 셈. 그런데 과연 덜 노골적인가.

예쁘다는 게 경쟁력이든 피부가 경쟁력이든 왜 갑자기 생뚱맞게 여성들 사이에 있지도 않은 ‘경쟁심’을 조장하는 것일까. 또 왜 그것은 ‘피부’에 대한 경쟁이어야 하는가. 회사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저렇게 노골적으로 외모 중심적이고 거짓된 광고를 내보내도 되는 것일까.

여성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자신의 피부가 남들과의 고단한 경쟁 끝에 얻어지는 ‘성과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또 피부에 신경 쓴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기관리이지, ‘경쟁’이라고 생각하여 오로지 거기에 집착하는 게 아니다. 저 광고는 있지도 않은 여성들 사이의 외모에 대한 경쟁을 조장하고 있고 또 끊임없이 여자보고 예뻐지라고 부추기는 현재의 여성억압적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새하얀 여성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며 이런 것도 경쟁력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세련된 방법으로 ‘예뻐지는 게 경쟁력이니 너도 좀 신경 써!’라고 강요하는 것인가 말이다.

즉, 피부가 경쟁력이라고 하든 예뻐지는 게 경쟁력이라고 하든 그 말들이 환기하는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20대여 영원하라’라니. 20대가 지나면 얼굴도 늙고 피부도 거칠어지고 남자들도 싫어하고 한 마디로 ‘꺾어지는’ 나이니 20대에 충실히 얼굴 관리하라는 말인가. 저 광고는 20대가 아닌 사람도 차별하면서 교묘하게 나이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 저런 문구에 속아넘어갈 사람 없고 크게 약발이 있을 문구 같지도 않지만 아직도 저렇게 외모중심적, 나이차별적인 구시대적 카피가 나온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유라주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