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장 후보 김진숙씨

[인터뷰] 과천시장 후보 김진숙씨

6·13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성은 모두 394명이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142명의 여성을 선택했다.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고도 정당내 경선이라는 암초에 걸려 혹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때문에 좌초한 252명의 여성들 중에는 당적을 버려가면서까지 과천시장 후보로 나선 김진숙씨도 포함돼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여성이 정치현장으로 나서는 데 얼마나 많은 장애가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하는지 듣고자 함이다. <편집자 주>

@10-2.jpg

“당내 경선이 거꾸로 여성을 배제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차라리 경선이 없었더라면 지역에서 인정받는 여성들이 선거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물 위주로 선거에 임했다면 분명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선 무효를 주장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과천시장 선거에 뛰어든 김진숙씨는 지구당위원장이 지지하는 사람을 합법적으로 후보로 만드는 데 들러리를 선 꼴이었다고 경선을 평가하면서 지구당이 현재와 같이 위원장의 사조직인 상황에서 경선은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탈당을 불사하면서 무소속으로 시장 출마를 결심한 것은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시민단체 추천으로 95년 시의원이 된 그는 지역 현안과 관련해 시장과 크게 대립한 일이 있었다. 당시 과천시장은 5만평 규모로 체육공원을 만들려고 했고 그는 반대했다. 시의원 김진숙은 개인적으로 공청회를 열면서 여론을 환기시켰고 이 일은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원래 환경운동을 해온 사람이다. 전국 최고의 전원도시, 1년 예산이 1인당 250만원에 이르는 과천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시다. 시의원을 하는 동안 과천시가 체육공원, 무분별한 마을회관 건립 등 운영계획없이 우선 짓고 보자 식의 주먹구구 행정을 하는 것을 보고 시의원의 한계를 절감했다.” 결국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두 차례 무소속 후보로 나서면서 정당의 벽을 실감한 그는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당 공천을 받고자 한 것은 시장이 되기 위한 현실적인 고려였지 대통령 후보를 위해서, 국회의원 아무개를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앙정치와 상관없이 지역 살림은 지방자치에 맡겨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고 지방자치가 정당 바람을 타고 정당 중심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 그가 고민하는 대목이다.

“후보연설회 때 지방자치에 왜 정당이 필요한가, 지역을 위해 일할 살림꾼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후보를 보니까 부패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지방자치를 그렇게 몰고 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는 자신이 한나라당 시장 후보라 해도 ‘무능한 정권 타도하자’는 말은 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지방자치를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지방자치를 ‘정치시녀화’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그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초단체장을 정당 공천하는 현행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98년 선거가 끝난 후 그는 한 여성단체의 지부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진보적이라는 그 여성단체는 ‘시장 후보까지 한 사람이고 더욱이 다음에 시장 후보로 다시 나오려고 하는 사람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단다. 그는 “여성단체마저 그렇게 ‘소극적’이면 도대체 여성 정치인은 누가 키워주고 보듬어 주느냐”고 일갈한다.

“선거 한 번 치르면 돈도 돈이지만 정말 피를 말리는 일인데 왜 하겠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배운 것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 아닌가.”

선거 끝난 후 1주일여 동안은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고 고백하는 그는 격려를 보내는 시민들을 만나면서 “지역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며 다시금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