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기 교육위원 선거, 교육자치의 장으로

학부모들이 오는 7월 11일 치러지는 16개 시·도 교육위원 선거에 사상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교육위원회는 시·도 교육청의 교육정책 전반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지난 1991년 지방교육자치제의 시행에 따라 도입된 이후 올해로 4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처음 취지와는 달리 그동안 교육위원회는 학부모와 교사의 참여를 배제한채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7-1.jpg

▶제4기 교육위원 선거에 입후보한 학부모대표들이 청렴하고 정직한 의정활동을 약속하며 선서하고 있다.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이하 참교육학부모회)의 윤지희 회장은 “1991년과 1995년 교육위원 선거는 시·군·구의회와 시·도의회에서 이중간선으로 치러졌는데 그 결과 지방정치인들과 퇴임한 교육관료들이 위원으로 대거 진출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비리에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지적한다. 즉, 그동안 교육위원회는 풀뿌리 교육자치라기보다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었다는 것이다.

1997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선거방식이 바뀌어 학교운영위원회가 투표를 통해 교육위원을 선출하게 됐지만 여전히 문제는 심각하다. 윤지희 회장은 “현재 서울시교육위원 15명 중 12명이 퇴임한 교육관료라는 현실이 보여주듯 교육위원회는 퇴임한 교육관료들의 노후 보전을 위한 자리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교육관료 일색으로 이루어진 교육위원회가 학부모와 교사를 대표해 교육감을 감시하고 견제해 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충북교육감과 경기도교육감 등 비리혐의를 받은 교육감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정작 이들의 의견을 대변해야 할 교육위원회는 이에 대해 침묵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이번 7월에 실시되는 교육위원 선거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교육위원회가 또다시 정년 퇴임한 교육관료들의 노후 소일자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직접 교육위원회에 참여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입후보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참교육학부모회는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학부모 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여론조사 결과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퇴직 교육관료 출신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교육위원회의 구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며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할 학부모 대표의 교육위원회 진출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의 93.2%와 교사의 76.0%가 교육위원회에 교사와 교육행정 경력자 뿐 아니라 학부모 대표가 참가하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학부모 대표가 교육위원회에 진출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로 학부모들은 ‘교육비리나 낡은 관행 개선’(57.6%)을 꼽았으며 교사들은 ‘교육정책에 학부모 의견 반영’(40.5%)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육위원 선출방법과 그 활동내용에 대해 모르고 있었으며 이번 교육위원 선거에 대해서도 80.1%의 학부모들이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참교육학부모회의 박경양 부회장은 “이는 그동안 정부가 학부모들의 눈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이며 언론 또한 학부모들이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보도할 의무를 방기해왔다”며 “학부모들이 참여방법을 알게 된다면 우리교육이 달라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교육위원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벽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이 정한 바에 의하면 교육위원 정수의 1/2까지 경력자(교육 또는 교육행정 경력이 10년 이상인 자) 중 다수득표자 순으로 당선자를 결정하고 나머지 교육위원은 경력자가 아닌 자 중 다수득표자 순으로 당선자를 결정하도록 돼있다(제115조 2항).

따라서 선거에서 학부모 대표들이 퇴직 교육관료들보다 더 많은 표를 얻더라도 교육관료들에게 우선순위가 주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진옥경 청주 지부장은 “학부모는 왜 교육경력자가 될 수 없는지 질문하고 싶다. 학부모는 교사보다 오히려 총체적인 교육을 담당하고 있고 여러해 동안 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이들조차도 학부모라는 이유로 교육경력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불합리한 법조항을 개선하기 위한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권을 갖게 되면서 학교운영위원 선출에 대한 외부 간섭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에 신고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학부모의 투표권을 제한하거나 운영위원 후보자에게 사퇴압력을 넣고, 신임 학교운영위원들에게 활동내용과 별 관련이 없는 개인신상이 꼼꼼이 적힌 신원진술서(원적, 본관, 소유재산, 정당 및 사회단체 활동관계, 병역관계, 배우자 가족상황, 북한 및 해외 가족상황, 교우관계, 보증인)를 요구하는 등 학교운영위원회를 둘러싼 문제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지난 4월 12일 일선 초·중·고 학교운영위원회에 지역 교육청 국장을 비롯한 간부급 20여 명이 포함된 사실을 폭로하면서 “광주시 교육청과 산하 기관 간부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선출된 것은 교육자치 실현에 역행하는 처사이며 이는 선거를 대비한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출사표를 던진 학부모 대표들이 당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