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제주 선거결과와 인터넷 여론을 보고

월드컵의 열기 속에 2002 지방자치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월드컵의 고양된 분위기 때문인지 평균 48%(중앙선관위 잠정 집계)의 낮은 투표율을 보였고 대부분 지역을 한나라당이 장악한 결과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 선거 결과에 대해 분석을 한다.

누구는 민주당의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누구는 민주노동당의 지위 격상으로 진보 정당의 가능성을 말하며 누구는 한나라당의 압승을 연관시켜 앞으로 있을 대선 결과에 대해 전망한다. 나도 보수 정당 한나라당이 압승한 데에 유감이고 실망이지만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성폭력 혐의가 있는 사람들이 당선되었는가’다. 부산의 안상영 시장과 제주도 우근민 지사가 당선된 것이 그렇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뽑은 것일까 모르고 뽑은 것일까.

나는 지방 자치 단체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성폭력 혐의가 있거나 성추행 혐의가 문제화돼 있다는데 그 사실이 전면적으로 드러나 첨예화되지 않는 이 둔감한 분위기가 무섭다.

그 사실들을 뻔히 알고 뽑은 사람들은 성폭력과 성추행이라는 명백한 범죄를 개인의 불미스러운 일쯤으로 본 것일까.

성폭력과 성추행은 범죄이며 그런 범죄를 저지를 사람은 사실 선거의 ‘후보’가 될 자격부터 의심스러운 것인데 어찌 이들이 당선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동안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싸워온 페미니스트들은 맨땅에 헤딩한 거란 얘긴가.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게시판에 가보면 이 당선 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올라와 있다.

“부산은 강간범을 시장으로 추대한 이상한 지역”(미친부산) “정조대 팝니다”(쇼핑몰) “강간시장 강간시민”(부산남여) “부산 여자들이 강간당하기를 바라나 보다”(히히) 등 부산에서 안상영 시장이 당선된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들이다.

하지만 이 말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성폭력범이 당선된 것을 욕하면서 자신들은 사이버에서 언어로 성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폭력이란 범죄에 무지하고 둔감하며 또 그것을 어떻게 재생산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나는 이들이 진정 ‘성폭력’에 분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부산의 지역주의와 보수적 성향을 지적하며 자신의 ‘진보’를 확신하겠지만 저런 수사를 쓰는데 대해서 나는 저들이 성폭력을 자신의 진보를 내세우기 위한 들러리쯤으로 생각한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에 민주당 지지자가 있다면 혹시 성추행을 한 우근민 지사도 민주당 소속이란 걸 알고있는지 모르겠다.

아, 성추행과 성폭력은 비중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지사 당선에 대한 비판이 의외로 조용한 걸 보면 오히려 ‘좌’쪽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는 안 보고 상대를 비방하기 위한 편리한 수사로 ‘성폭력’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저런 말들을 그것이 성폭력인지도 모르고 쓰기 때문에 이 사회는 성폭력, 성추행 혐의자들이 당선되는 게 가능한 것이다. 강간범 당선을 비판하는 말들이 오히려 그 ‘당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해 보여주는 이 웃기는 아이러니라니.

성폭력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냉소적 표현을 위한 멋있는 수사도 아니다. 그것은 폭력의 문제이며 성폭력의 피해자는 엄연히 존재한다.

2002 지방선거. 21세기인 이 시점에 성폭력 혐의자가 선거의 후보가 되고 당선이 되는 사회.

그래서 나는 선거결과가 실망스럽고 힘이 빠진다.

유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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