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돌아가는 것이 남성들을 위한 시스템으로 굴러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바로 그 자명한 사실을 알아채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린 시절에도 무엇이든지 본인 마음대로만 하려는 아빠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하는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스무 살이 될 때까지도 그것이 무엇에 기인하는 것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남성중심주의/가부장제. 지하철에 다리를 벌리고 자기들만 편한 삶 살겠답시고 앉아 있는 남자들이 역겨워지기 시작했고 사랑한다고 여자를 유혹하며 머릿속에는 ‘어떻게 한번 잡아 먹나’하는 눈빛을 띄는 자들이 혐오스러워지기 시작했으며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빠, 운전 조심하세요”라는 게시판을 보면서 분노하기 시작했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여성의 억압을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아마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나는 온 천지에 널려있는 여성억압의 실체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또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증거물들이란 것이 얼마나 널려있는지 간혹 간과하게 되는 것들도 있는데 바로 그것은 다름 아닌 화장실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사무실은 7층 짜리 빌딩 5층에 위치하고 있다. 화장실은 층마다 있는데 여자화장실 하나, 남자화장실 하나가 있다. 나는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이 없었기에 남자화장실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관심 갖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함께 활동하는 선생님들로부터 이런 불평을 듣게 됐다.

“아니, 화장실은 여자들이 더 많이 가는데 왜 우리 화장실에는 변기가 하나 뿐이고 남자 화장실에는 변기가 네 개나 되는 거야?” “맞아! 그래서 나는 여자화장실에 사람 있으면 그냥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버려.”

이런저런 말을 나누는 선생님들을 뒤로하고 나는 남자화장실 구경을 가봤다. 입식 변기 두개가 있었다. 그리고는 문이 두 개가 있는데 그 안에 좌식 변기가 두 개가 더 있는 것이 아닌가. 여자화장실에는 달랑 변기가 하나 있을 뿐인데.

그런데 더 웃긴 건 여자화장실에만 걸레를 빨고 설거지를 하는 시설이 있더라는 사실이다. 학교에 갔다. 학교 화장실은 어떨까 궁금해 살펴봤는데, 이게 웬 일이란 말인가. 그 건물은 주로 우리 학교 교직원들이 있는 건물인데 그 곳 역시 걸레를 빨고 설거지를 하는 시설이 여자 화장실에만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걸레를 빠는 일이나 설거지를 하는 일은 여성들의 몫이니까 당연하다는 뜻이지? 열 받는 오후다.

박수진 madonnaq@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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