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부쩍 더워졌다. 안 그래도 더위 때문에 짜증나는데 더 짜증나게 하는 것, 특히 여름이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그것이 있으니 바로 ‘시선폭력’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말들을 떠올린다. 여자는 복숭아 뼈가 섹시하다, 목이 길어야 섹시하다, 가슴은 적당히 커야 한다, 다리는 길어야 하고 팔뚝은 가늘어야 한다 등 여성의 몸을 조각조각 잘라서 어떤 표준을 들이대는 듯한 남자들의 환상에 찬 말들. 여름이 되면 저런 말들이 시선폭력과 보기 좋게 결합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지하철을 타면 벽마다 붙어있는 여성들을 벗겨놓은 사진, 계속 자신을 혐오하고 고치라고 다그치는 미용 광고들, 그리고 지하철 안의 여성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남자들. 참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지 않은가.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훑어볼 때의 그 불쾌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언제나 시선의 주체인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를 염치도 없이 성적으로 바라보고 실없이 웃음을 흘리고 머릿속으로 성폭력을 해도 그것이 폭력인지 모르겠지만 시선의 대상이된 자리에서 자신의 몸이 어떻게 대상화되고 성적으로 읽히는지 피부로 느끼며 감내하고 있는 여성은

그런 시선 자체가 불쾌하고 폭력적이라 여긴다.

나는 내 맘대로 남을 쳐다보는 것인데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과 모욕감을 준다면 그것은 이미 순수한 욕망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시선’이란 것 앞에서 누가 더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읽는 넘쳐나는 클리셰들, 그것을 보여주는 넘쳐나는 이미지들, 넘쳐나는 포르노들. 이 속에서 여성의 몸은 타자화되지 않는가.

더운 여름에는 여자도 옷을 벗고 시원함과 기쁨을 느끼고 싶지 불쾌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유라주 luvfli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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