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례/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여성부 국장

“악법은 어겨서 깨뜨리리라

불법으로 투쟁하리라”

이 노동가요의 가사처럼 보건의료노조는 ‘직권중재’라는 악법에 맞서 ‘불법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 23일 의료의 공공성 강화, 인력확보, 비정규직 차별철폐, 산별교섭, 직권중재 철폐 라는 4대 핵심요구를 내걸고 파업에 들어가 8개 지부가 파업중이다. 그 결과 18일 현재 파업 27일째를 맞고 있으며 차수련 위원장을 비롯한 20명의 간부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소환장을 받은 간부는 수십 명에 이르며 고소고발은 100여명에 이른다.

병원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묶여 직권중재가 떨어지면 파업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런 직권중재제도는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있어 위헌의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직권중재제도란 필수공익사업장(병원 가스 철도 은행 통신 등)의 경우 교섭이 결렬돼 15일간의 조정기간이 끝나더라도 중재에 회부된 날로부터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파업하면 불법파업이 되는 것이다. 중재기간 동안에는 중재안이 나오는데 이 중재안의 대부분이 노동자의 요구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결국 매년 불법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병원사용자들은 이런 악법을 놓치지 않고 악용하고 있다. 실제로 경희의료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강남성모 성모 의정부성모)은 “이번에 손을 보겠다”며 노조파괴를 작정하고 있다. 파업에 들어가기 전날 노사가 최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밤샘교섭이라도 해야하는 상황에서 일체 교섭을 거부한 사실로도 알 수 있다. 결국 노조는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떠밀려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병원은 불법파업을 빌미로 조합원 가족에게 회유와 협박을 하고, 조합원들을 대량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간부들에겐 고소고발과 손해배상청구 가압류 방침 공권력 투입 요청 등의 무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사용자들이 악용하고 있는 직권중재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제기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종교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1천374명이 ‘직권중재제도 철폐와 병원파업사태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1000인 선언’을 했다.

96년 12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중에서 5명이 직권중재제도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렸는데 정족수 문제로 내용적으로는 위헌이나 형식적으로 합헌이 됐다. 지난해 11월 행정법원에서도 ‘위헌심판제청’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7일 성명서를 통해 현행 직권중재제도의 위헌성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한 올 2월 법원의 직권중재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들어간 한국가스공사노조에 대해 지난 7일 수원지법에서 노조간부 6명 전원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바 있다.

따라서 노사문제를 대화로 풀지 않고 오히려 파업을 부추기는 직권중재제도는 하루빨리 철폐돼야 한다. 그래야만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중의 하나인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합리적인 노사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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