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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5월 한 18세의 폴란드여성은 두명의 포주를 살해한 죄로 12

년 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한 남자친구 말에 속아 독일 함부르크

의 어떤 매춘업소에 들어오게되었고 매춘을 강요받았다. 4개월에 걸

친 감금, 감시, 통제의 나날들을 보내면서 그는 자살도 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두명의 포주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형을 살아야

하지만 그의 소감은 한마디로 해방감뿐이었다. "그래도 그들이 죽어

서 이제야 안심이예요. 이제부터는 어느누구도 그들에게 희생당하지

않을테니까요".

1970년대 이래 유럽에서 아시아여성과 남아메리카여성들을 대상으

로 하는 여성매매가 번성하면서, 동유럽의 국경이 열린이후 지난 몇

년동안에는 그 대상이 동유럽여성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 1992년 한

해 베를린에서만 해도 여성매매에 관한 수사가 126건에 달하며, 독

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주에서는 1989년에

40건에서 1993년에는 204건으로 증가하였다. 여기에 겉으로 드러나

지 않은 경우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이 모든 경우

여성은 하나의 상품으로써 거래되며 다른 상행위와 똑같이 수요 공

급의 시장원칙에 따른다.

최근 몇 년에 걸쳐 들어오는 동유럽여성들은 평균연령이 20에서 25

세로 다른 지역에서 온 여성들보다 젊고 경험이 없다. 그러나 그들

은 '구매자'인 남성들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그 요구

들은 비정상적일때가 많고 보통 콘돔사용을 꺼려한다. 따라서 여성

들의 건강이 쉽게 나빠지고 종종 임신이 되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일단 매매되어 들어오게 된 여성들이 매춘가에서 빠져나가

기란 간단하지 않다. 대부분 그러한 업소들은 거미줄같은 감시망을

가진 마피아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독일에서 외국 여성의 매춘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따라

서 외국여성이 그것을 하다 적발되면 그는 즉시 본국으로 추방된다.

이에 비해 소개인, 포주 및 매춘업소주인들은 대부분 증거부족으로

형사처벌까지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희생자이며 증인인 여성들이

이미 추방되었거나, 그렇지 않았다하더라도 악덕업자들의 심한 압력

에 의해 증언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불법을 피해갈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이 있는데 바로 독일인과의 위

장결혼이다. 그러나 이 경우 결혼소개료가 최소 3천 마르크(2백 7십

만원)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것은 가난한 제3세계 여성들에게

있어 새로운 종속이고 엄청난 빚을 의미한다. 베를린에서는 최근

태국여성들에게 독일인과 위장결혼시켜주는데 3천에서 2만5천 마르

크(2천2백5십만원)까지, 필리핀 여성들에게는 2만 마르크(1천8백만

원)까지 요구된다. 이 엄청난 소개료를 위해 당사자여성들은 빚을

내기도 하고, 가끔 잘못된 기대감속에서 그들의 가족들은 집, 땅 등

을 팔아 돕기도 한다. 가족들의 희생으로 딸을 '성공적'으로 외국에

보낸후 딸에게 바라는 가족들의 재정적 기대는 그만큼 크다. 만약

그가 가족에게 돈을 벌어 보내지 않는다면 그 가족은 빚더미속에 살

아가야 하기때문에 여성들은 그들의 인생을 담보로 하여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상상도 못하게 된

다. 위장결혼의 상대자는 많은 경우 포주들이다. 그들은 여성에게 성

적 시중은 물론이고 매춘행위를 강요하면서 그수입의 일부와 위장결

혼에 대한 소위 '침묵료'를 요구한다. 이에 여성들은 자신들이 관청

에 고발되어 빈손으로 추방될까봐 그 모든 억압을 감수하게 된다.

이들이 매우 열악한 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외국여성들이 독일 윤락가로 떨어지게 되는 또하나의 길이 바로 직

업소개소를 통해서이다. 직업소개소들은 높은 수입과 좋은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화려한 광고로 여성들을 모집한다. 최근 독일과 이웃한

체코의 프라하에만 해도 100개가 넘는 소개업소와 여행사가 '오페어

(가정보모)'소개를 취급하고 있다. 이 오페어를 희망하는 소녀들은

애매모호하고 착취성이 다분한 노동계약서에 서명해야만한다. 그

소개업소들은 높은 소개료를 받은 다음에 일자리를 알선해주는데,

프라하 경찰에 따르면 이때 매춘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빈번히 있다

는 것이다.

그외의 경로가 직업소개소를 통해 예술인비자로 들어오는 경우다.

이 비자를 취득하게되면 예술인들은 일정기간동안 독일내에서 노동

을 할 수 있다. 이미 독일내에 외국 여성무용인들만 소개해주는 업

소만 해도 대략 16개나 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들중 많은

업소들의 직업알선은 변질되었다. 1992년 인신매매죄로 구속되어 5

년형을 선고받은 에센(Essen)시의 한 소개업소주인은 그 좋은 예이

다. 그는 필리핀에 민속무용수 모집광고를 내고 젊은 여성들을 모집

하였다. 그후 그는 그들에게 독일의 여러 술집에서 매춘행위와 스트

립쇼를 강요하였다.

이 모든 여성매매의 형태는 소개인들과 포주들이, 가난한 제3세계

의 많은 여성들이 외국에서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이

루어진다. '독일인과 결혼시켜주겠다', '장학금을 받게 해주겠다', '독

일시민이 되게해주겠다' 등등 그들의 유혹 방법은 다양하고 완벽하

다. 여기에 속은 많은 여성들은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전

혀 알지 못한채 단지 환상만을 지니고 독일행을 기다리게 된다.

정확한 숫자는 확인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도 윤락업에 많은 외국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을 보는 우리의 눈은

혹시 그들에 대한 오만함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들 뒤에 인신매

매가 있었는지 혹시 악덕업자에 의해 매춘을 강요받고 그들의 노동

이 착취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

은게 사실이다. 얼마전 서울지역 일부 구들은 사회의 병폐를 뿌리

뽑고 건전한 사회를 이룩한다는 취지하에 그 지역 윤락업소들을 폐

업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결과적으로 그들

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밀어내기만 하는 조치가 아니어야 한다는 점

이다. 그 시행 과정중에 악덕업자들이 제대로 처벌 되었는지 그리

고 혹시 그들에 의해 희생되어온 여성들에 대한 보호조치와 후속조

치가 수반되었는지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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