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명호/서울 여한의사회장,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자습서<살에게 말을 걸어봐>저자

골반은 좌우의 날개처럼 벌어진 장골과 뒤쪽의 천골이 튼튼하게 결합된 우리 몸의 기초다. 즉 엉치뼈인 천골과 꼬리뼈가 뒷벽을 만들고 천장관절로 연결된 장골이 엉덩이를 만들고 밑으로는 좌골이 받쳐주고 양쪽은 치골건합으로 이뤄진 널찍하고 오목한 대야같은 공간이 바로 골반이다.

그래서 무거운 엉덩이를 오래 깔고 앉을 수도 있고 그 위에 기둥인 척추를 허리에서 목까지 세우고 꼭대기에 무거운 머리를 얹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기둥이 바로 서듯 골반 상태는 척추 건강과 몸 전체의 균형에 기본이 된다.

이 공간 속에 직장같은 내장이 구겨져 들어 있고 방광과 생식기인 자궁을 덮고 있다. 공간이 좁다보니 변비나 소변이 차게 되면 압력이 높아져 불쾌감을 동반하는 신호(?)가 오게 된다. 혹시 이상 발효가 일어나 가스라도 부글거리면 배가 부풀어 오르고 탱탱해지는 것도 공간의 협소함 때문이다. 이것이 여러분이 끔찍이 혐오하는 ‘똥배 나오기’의 전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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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관절이 튼튼해야

아기를 가지면 자궁크기가 500배나 커지고 다 자란 아기가 산도와 질 입구를 빠져 나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따라서 출산 시에는 난소와 태반에서 골반 인대를 늘어나게 하는 호르몬이 분비돼 출산을 쉽게 해주다가 분만 후 다시 수축돼야 한다.

그러나 산후조리가 불충분하거나 힘든 일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해 약해지기 쉽다. 아이를 업거나 특히 앉아서 빨래를 하는 경우처럼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할 때는 관절과 엉치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연조직이 상하게 된다.

이에따라 천장관절이 늘어나고 골반이 후굴돼 내장기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특히 X-ray에 나타나는 디스크 질환이나 뼈의 골절은 치료대상이지만 천장관절 인대가 약해지는 것은 사진에도 잘 안나타 종종 무시를 하게 되기가 쉽다. 그러므로 출산 후에는 골반이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무리하지 말고 몸조리를 정성껏 해야 한다. 튼튼한 골반은 여성 건강의 기초가 된다.

엉치가 아픈 이유

엉치가 아픈 경우는 여러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골반 좌우의 벌어짐, 앞 뒤로 쏠린 상태, 요추와 연결된 커브의 모양에 따라 목에서 다리까지 영향을 미치며 발가락 끝까지 통증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체중을 가장 많이 받는 엉덩이 천장관절에 이상이 오기 쉽다. 천장관절은 허리 아래쪽 엉치부분으로 여자들이 흔히 허리가 아프다거나 끊어질 듯 하다고 호소하는 부위로 연골과 활액으로 붙어 있어서 체중을 지탱해 주고 있다. 우리가 앉아 있을 수 있고 임신 출산이라는 중노동을 감당하고 ‘성인운동종목(?)’인 성생활을 즐거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골반의 덕이다. 특히 엄마의 골수를 녹여서 아기를 만들 때 가장 많이 뼈를 녹이고 피를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골반 뼈다.

성경 <색녀열전> 일독을!

얼마전 영화 ‘취화선’을 보고 난 느낌이다. 아름다운 소리의 정취에 취했다가 흥이 도로 다 깨져버렸다. 요강단지에 오줌 놓는 것처럼 보이는 보리밭 섹스 장면은 그렇다치지만 ‘내가 좋은 밭을 만났구나… 내 씨를 받아 키워 보려느냐’‘고이 고이 받아… 깊이 심어 주시어요… 좀 더 힘을 내시어요…’ 어쩌고 하는 무식한 유전학설인 ‘씨밭타령’이 되풀이 되는데는 참으로 기가 막혔다.

골반을 밀어부쳐 머리를 벽에 찧고 목을 우두둑 꺾는 폭력적인 섹스 신이 고작 노옹들의 경지인가. 기쁨에 겨워 부르르 떨게 할 능력 대신 쓸데없이 헛 힘쓰는 남자들에게 새로나온 성경(性經)<색녀열전> 읽기를 권하는 바이다. 귀는 살살 파도 귓구멍은 시원할 것이며 숫돌은 부드럽게 갈아도 칼 날은 설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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