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사무실을 떠나면서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하니 상사가 해고했다”고 말한다. 다른 남성은 병든 딸을 돌봐야 해 일터로 갈 수 없다고 밝힌다. 10대 소년은 아버지가 여동생을 학교에 보내려 하기 때문에 자신은 집안 일을 도와야 한다며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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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여성단체들이 텔레비전에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사진은 이 프로젝트를 맡은 광고회사 이메지네리아에서 제작한 선전물.

최근 멕시코 텔레비전과 라디오, 신문 등에 나오는 광고 내용이다. 이 광고는 “모든 여성들이 매일 겪는 이 같은 일을 남성들이 대면하면 어떤 느낌이겠는가. 이제 바꿔야 할 때다”라며 끝을 맺는다.

위민스 e뉴스는 17일 멕시코 여성단체들이 ‘여성들로부터(Yours sincerely, wome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광고를 대중매체에 내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에게 법률 컨설팅을 해주는 단체인 ‘테미스’(질서·정의의 여신)의 진행책임자 줄리아 페레즈는 “이 캠페인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여성단체들의 전략적 출발”이라고 밝혔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광고 속의 성차별을 없애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여성들로부터’ 프로젝트도 이 중 하나. 멕시코 국립자율대학 광고학 교수인 베로니카 로메로는 “라틴 아메리카 광고는 여성을 집안일만 하고 그 이외의 일에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존재로 묘사해왔다”며 광고를 통한 캠페인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같은 차별반대 캠페인의 첫 단계는 ‘그녀가 이번에 승진하면 분명히 상사와 잔 걸거야’처럼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사용하는 표현을 꼬집는 일이었다. 이후 이들은 소녀들이 ‘우리는 의사, 상원의원,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광고를 통해 여학생들이 직업에 도전하도록 고무시켰다. 올해 캠페인에서는 노동시장, 가족 등 여성들이 저항하고 있는 차별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여성연구센터는 1998년부터 유엔여성개발기금의 지원을 받아 성차별이 없는 광고에 상을 주고 있다. 올해에는 전통적 미의 기준이나 역할모델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인종·민족의 여성들이 나오는 광고를 내보낸 슈퍼마켓 체인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여성연구센터는 이 상을 통해 광고회사와 시장이 바뀌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로메로 교수는 광고 자체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광고에서 멕시코 여성은 운전도 할 줄 모르는 우둔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이 이미지는 상업성에서 나온 게 아니라 멕시코 사회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멕시코 취업인구의 35%만이 여성이며 소득수준이 상위 10%에 드는 남성들은 같은 순위의 여성들보다 50%나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광고를 이해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이를 각 지방 토착어로 바꾸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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