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역설로 촉발된 21세기형 대안학교

숨가쁘게 변모해 가는 21세기에 10대들에게 학교는 과연 무엇인가. 한국의 학교가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목소리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욕구와 필요를 양립시키는 학교는 과연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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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가 이제 그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몸집은 자그마하나 그 집중력과 내실에서 엄청난 혁신의 기폭제가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마침 최근들어 이같은 ‘규모의 역설’로 촉발된 대안교육의 새로운 형태가 한 심포지엄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대안교육센터가 주최한 ‘21세기 대안학교 만들기 제2차 대안교육 심포지엄’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작은 학교, 큰 그림’이다.

그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미국 공교육 개혁의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 메트 스쿨의 교장 엘리어트 워셔가 초빙됐다. 이 행사를 주관한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부소장 김찬호 교수의 말대로 이날 심포지엄의 최대 의제가 ‘메트 스쿨처럼 선생님 한 명이 소수의 학생들의 교육뿐 아니라 사생활 상담까지 책임지는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움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메트 스쿨은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를 스스로 선정해 교내교육은 물론 직접 사회 전문 분야를 체험하며 살아있는 현장 학습이 가능토록 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학교다. 메트 스쿨의 사례가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교사가 감성적으로 민감한 시기의 학생들에게 지식전달은 물론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주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이 대안학교의 궁극적 목표인 만큼 1대 10여명의 맞춤식 책임 교육, 즉 작은 학교가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제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새로운 배움의 자리, 그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불을 지펴야 한다는 것이다.

맞춤식 책임교육인 메트 스쿨이 모델

우리의 대안교육은 어디까지 왔는가.

김 교수는 “하자작업장 학교, 난나 공연예술학교 등 서울시내 8개 대안학교는 아직 교사가 학생들 생활상담까지 책임지는 메트 스쿨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이들 학교는 아직까지 전문 직업 분야 위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자작업장 학교의 경우 매달 대중음악, 시각디자인 등의 커리큘럼이 진행중이며 지난 2년간 스스로넷미디어스쿨 고3 영상팀에서 학업을 이수한 12명의 학생은 관련 영상제에서 수상, 전문대학에 전원 입학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대안학교가 학생들의 상담 역할보다는 입시학원으로서의 기능에 치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교 운영비 역시 만만치 않다. 현재 대안학교 교사는 강사비를 받고 출장하는 강사나 자원봉사자들로 충원되고 있다. 또 도심에 위치한 대안학교들은 기숙사비는 문제가 안되지만 소규모 책임교육을 위한 공간, 시설 등의 문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학습자원을 최대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른들이 자녀 사교육비로 투자하는 비용이 실제 직업 현장으로 진출한 학생들에게 대신 환원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 대안학교론자들의 논리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보통신, 예·체능 등 사회 전문직업인 분야, 지역사회의 협조와 연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황인국 도시속 작은 학교 대표는 “서울시 난곡에 위치한 남부교육센터가 지역전문가를 연결해 운영중인 제빵기술교육 등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공교육과의 단절 문제와 관련해선 지난 9일 교육부가 대안학교들을 내년부터 교육부 인가 정식교육기관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대목이 주목되고 있다. 김교수는 “정식교육기관으로 인정되는 기준은 차후 논의되겠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대안학교들의 옥석이 제대로 가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준화위주의 교육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참교육의 목표를 잃어버린 채 뇌사상태에 빠진 공교육. 한국의 학교가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목소리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안학교의 지향점을 모색하고 있는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의 움직임을 교육정책 당국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연 기자reviv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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