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띠여서 내가 쩨쩨(CheChe, 중국어로 ‘언니’)라고 부르는 선(Sun)은 요가를 배우러 와 알게된 51세의 중국인이다.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답지 않게 이십대처럼 밝은 초록색 셔츠와 꼭 끼는 하얀 바지를 입는 그는 생기와 아름다움을 풍기는 멋쟁이다.

대부분 2, 30대인 요가학생들 중에 가끔 갱년기 여성이 있으면 보통 신경이 두 배로 더 간다. 그런데 선은 젊은이들한테 모범이 될 만큼 몸과 동작이 유연하고 지시도 잘 따랐다. 자신의 어정쩡한 몸짓을 깨달으면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눈동자에는 자신감과 평화로움이 반짝인다.

보험회사 외무사원인 그는 건축업을 하는 남편과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결혼 이전엔 수놓기를 좋아하던 재능 많은 젊은 디자이너였다. 그는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갖게 돼 주부로 전업해야 했다. 그런데 건축경기가 불확실해 남편의 수입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그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어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자신의 경험을 두 아들에게 물려줄 수 없었다. 다른 이들처럼 보모나 가정부에게 아이를 맡기고 직업전선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옷감이나 방석에 수를 놓아 팔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정신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게 됐다. 그러나 수놓기는 그에게 고질적 고혈압과 관절염을 남겼다. 자동차 사고로 한쪽다리에 금속을 넣어 걷는 것도 불편해졌다.

가정부나 파출부를 고용할 여건이 충분히 됐지만 낯선 사람에게 집안 일을 맡기고 싶지 않아 대신 두 아들에게 가사를 분담시켰다. 아이들이 남자로서 독자성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특히 집안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장성한 아들들은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바쁜 와중에도 여전히 설거지와 걸레질을 한다.

기공운동을 통해 건강이 나아지면서 그는 보험 외무사원 일을 시작했다. 경제적 이유보다는 사람들과 얘기하는 게 좋아서였다. 평소 배우고 싶던 춤, 노래 레슨도 시작했다. 요가를 하러오는 그의 발톱에는 색색의 매니큐어가 늘 반짝거린다. 아줌마답게 몸매가 펑퍼짐한 그는 나이 드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나날이 바쁘고 재미있어 갱년기 증세가 뭔지도 모른다. 가끔 빠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요가 수업 전체가 어쩐지 시들해질 정도로 선은 가는 곳마다 생기를 반사하는 그런 아름다운 중년이다.

임봉숙 말레이시아 통신원/요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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